우리에게 캠퍼스는 장소인가?
우리에게 캠퍼스는 장소인가?
  • 단대신문
  • 승인 2019.06.06 16:58
  • 호수 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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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의 한 학과는 신입생을 위한 전공 개론강좌에서 커리큘럼의 하나로 “캠퍼스 구석구석 유람단”이라는 팀을 조직했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실험인데, 신입생의 눈으로 우리 대학 곳곳을 유람하며 느낀점, 개선점 그리고 추천할 만한 점 등을 찾아 격주로 사진과 함께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 유람단의 목표는 4년 동안 삶의 많은 시간을 보낼 ‘장소’에 애착과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한 학기에 6~7번의 보고서를 내야 하는데 이 정도 양의 보고서를 격주로 작성하려면 결국 대학 구석구석을 유람할 수밖에 없다. 60명의 학생이 대학 캠퍼스 곳곳에 퍼져 돌아다니는 것이다. 넓은 캠퍼스의 시설을 학생이 점검까지 해주니 시설안전팀의 일을 덜어주는 셈이다.

유람은 자고로 젊은이들의 교육으로 참 좋은 방법이었다. 우리 선조들도 시간만 나면 유람을 다녔고 유럽의 귀족은 자식 교육의 일환으로 전 세계를 유람하게 했다. 심지어 가정교사까지 붙여주며 말이다. 왜 유람을 했을까. 이만한 교육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람이 효과적인 교육인 이유는 촉각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는 경험이 무엇일까. 감각이 주는 경험의 강렬함 순으로 나열하면 첫 번째가 촉각이라고 생각한다. 입 내부 전체와 혀에 퍼져있는 신경이 맛을 지각하며 냄새물질이 후각신경에 닿아서 정보를 받고 공기의 미세한 진동을 고막이 받아서 청신경에 전달한다. 보이는 것도 결국 신경이 빛의 파장을 지각하여 뇌가 인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촉각은 우리 온몸의 살이 정보를 얻는 방법이다. 생명체가 수정되어 서서히 세포를 분화하고 모습을 갖추어 가면서 처음 가지는 감각이 바로 촉각이다. 수정란은 엄마의 자궁에서 체온을 느끼며 분화되어간다. 그리고 소리를 듣고 반응한다. 출산 후 미각이 발달하며 최종적으로 시각이 형성된다. 사실 촉각은 모든 감각의 근원이다. 촉각의 기억은 원초적이기에 강렬하고 본능적이다.

공간과 ‘장소’는 다른 개념이다.공간은 물리적 실체고 ‘장소’는 기억의 산물이다. 우리에게 의미있는 것은 기억의 산물인 ‘장소’다. 장소(場所)의 어원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그 끝에는 정체성이 있다. 한자의 장은 제사를 지내는 양지바르고 넓은 토대를 말한다. 한자의 소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알고 있는 그 곳을 의미한다. ‘제사를 지내는 그 곳’, 누군가를 기리고 기억한다는 것은 결국 본인의 정체성을 위해서다. 그리고 그 곳은 맘의 고향이 된다.

따라서 장소의 개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체성이 확고하다. 우리 캠퍼스는 우리에게 장소일까 공간일까? 이것을 결정하는 것은 촉각적 경험의 유무에 달려있다. 대학은 유람하기 좋은 캠퍼스를 만들어야 하고 학생은 유람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유람을 하면 기억의 지도가 만들어진다. 기억의 지도는 강렬하며 그 지도로 인해 우리는 그 곳을 장소로서 인지한다.
그래서 우리 캠퍼스는 우리에게 장소일까 공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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