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백수가 꿈인 세상에서
돈 많은 백수가 꿈인 세상에서
  • 단대신문
  • 승인 2019.06.06 16:58
  • 호수 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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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 요즘 대학생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모두가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외친다.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어요.” 그냥 들으면 장난스러운 말 같지만 이는 진심이 반은 섞인 농담이다. 손 하나 까딱 않고도 통장에 돈이 꽂히는 기회를 거부할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일이다. 그러나 상상이 달콤한 꿈은 그만큼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씁쓸한 현실로 끝이 난다.

◇ 본지 기자로서 사안이 어려운 취재를 맡게 되면 걱정부터 앞서던 시절이 있다.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는 일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설명을 추가하며 한마디라도 듣고 싶어 안달이 난 필자의 모습에 취재원은 주저하다 마지못해 답변을 줬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사전 취재를 마친 필자보다 더욱 빼어난 지식으로 열변을 토해주던 사람도 있었다. 기사를 써야 하는 입장에서는 전자보다 후자가 더욱 고마운 사람임이 당연한 사실. 기자가 아닌 제삼자의 관점에서도 후자에게 먼저 호감이 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똑똑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왔다. 이를 담당해주던 일부 어른 중에는 간혹 “돈 많은 백수가 꿈인 세상”을 이해 못 하고 혀를 끌끌 차는 경우도 보인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는 이들의 충고에 12년을 등교했던 대학생들이 박명수의 어록을 빌려 외친다. “일찍 일어나면 새도 피곤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비록 시도했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에 분노하다가 좌절하고, 더 나아가 포기의 끝에 놓인 것이다.

◇ 시간이 흐른다. 그렇게 필자가 이 코너를 장식할 마지막도 흘러왔다. 사실 전자든 후자든 이들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신의 청춘을 보내고 있는 한 명의 학생들이었다. 먹고살기도 쉽지 않은 세상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이 시대 모든 청춘을 응원한다. 돈 많은 백수든, 돈 없는 백수든 우리는 모두 청춘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빛나는 존재가 아니던가. 김연수 시인은 ‘청춘’에 대해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고 말했다. 재빨리 지나가도 좋다. 그림자라도 우리 곁에 남아 청춘을 즐길 수 있는 미련을 남겨주니 말이다.

 


<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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