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도 트렌드다
취업도 트렌드다
  • 박예진 · 이다현 기자
  • 승인 2019.09.04 14:43
  • 호수 14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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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취업시장 흐름을 따라가야 합격

Prologue
통계청에서 발표한 올해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실업률은 3.9%로 19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실업이 장기화 되면서 구직활동을 포기한 인구도 209만 명으로 상당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더욱 우려되는 것은 청년실업이다. 현재 만 15세부터 29세의 청년실업률은 9.8%이며 고용보조지표에 따른 체감실업률은 무려 23.8%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 취업 시장에 큰 변화가 밀려오고 있다.


# 늘어만 가는 대기업 수시채용 취준생에겐 양날의 검 

인크루트에서 집계한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동향에 따르면 공개채용은 작년과 비교했을 때 11.2%(67.6→56.4%) 하강한 데 비해 수시채용은 12.7%(11.8→24.5%) 상승 그래프를 보였다. 대기업들이 갓 졸업한 졸업자를 노린 공개채용(이하 공채) 대신 수시채용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실제로 현대 자동차는 올해부터 1년에 두 번 있던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한다는 발표 후 곧바로 20개의 직무에 대한 채용 공고를 올렸으며 SK그룹과 KEB하나은행도 공채 규모를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통적인 대기업 공채가 변화해 나타난 수시채용은 경력 직원을 뽑을 때 활용되던 채용이었다. 수시 채용과 같은 직무 능력 중심의 채용 방식은 기업이 부서 맞춤형 인재를 골라내기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직무 관련 인력을 인사부서가 아닌 해당 부서에서 직접 뽑는다는 점도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데 일조한다. 또한 불필요한 스펙을 딸 필요가 없고 기업에 필요한 직무능력만 기르면 되기 때문에 취업 준비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취업 준비생 재학생 A 씨는 “기업 입장에서는 연중 내내 신입사원 교육을 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겠지만 마땅한 시기에 필요한 자원을 뽑을 수 있어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수시채용은 기업 측에선 여러 가지 장점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취업 준비생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먼저 상시채용은 채용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정기 공채는 올해 몇 명을 뽑겠다는 평균적인 예측이 가능하지만 수시채용은 대부분의 사항이 불확실하며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수시채용 자체가 ‘인맥이 스펙이 되는 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기업 차원에서 관리하지 않아 특정 인물을 내정한 뒤 공고를 내는 비리 채용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시채용은 말 그대로 수시로 진행하기 때문에 구직자는 채용 모집 공고에 항상 신경을 써야한다. 일분일초가 절실한 구직자에게 매번 부서 별, 기업 별 수시 채용 공지를 확인하는 일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 ‘인공지능(AI) 채용 시스템’ 대비는 이제 필수

AI 채용 시스템은 인공지능이 사람을 선별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롯데그룹이 2018년 상반기 인공지능(AI) 서류 검증을 진행하며 이 시스템을 선도했으며, 하반기에는 CJ그룹 및 기아자동차가 도입했다. 채용업무의 효율성과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AI 채용 시스템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채용시장에서 AI 채용 시스템은 당연하게 준비해야 하는 과정 중의 하나가 됐다. 취업 플랫폼 ‘사람인’은 많은 인원이 몰리는 1차 전형 서류에서 AI 솔루션을 도입해 참고용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구직자들은 앞으로 자기소개서에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사람인’이 밝힌 서류 전형에서 AI가 지원자의 서류를 평가하는 기준은 크게 세가지다.

 ➊ 기업이 원하는 조건의 가중치를 설정해서 만든 데이터의 자기소개서 부합 정도
 ➋ 문맥이나 맞춤법의 오류
 ➌ 기존 합격했던 자기소개서를 인용했는지

AI 시스템의 핵심은 AI가 언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명, 지원동기, 직무경험, 직무역량관련 정보가 이에 해당하며 지원하는 회사의 특성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련 산업 뉴스를 보고 인재상과 지원 직무에 부합하는 용어를 많이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만 개의 자기소개서의 편견 요소를 블라인드 하는데 고작 4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AI는 채용담당자의 시간 및 인건비 단축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최근 AI는 실제로 해당 기능을 인정받아 여러 기업의 서류 분석 서비스에 도입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무하유의 카피킬러HR은 표절 여부, 맞춤법, 비속어, 반복 문장, 반복 단어 사용 등 자기소개서 평가의 기본적인 요소를 검사하는 데 지원된다. 이것은 현재 한국 전자통신연구원, 한국교육방송공사와 같은 공공기관과 롯데그룹 등 40여 개 기업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한편 KB 국민은행과 SK 브로드밴드와 같이 AI 시스템을 면접에도 도입한 기업이 있다. AI면접이 블라인드 채용에 이어 공정한 면접 시스템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사람인이 제공한 면접 전형에서 AI가 지원자의 답변을 분석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➊ 우수 면접관의 면접 평가 결과 학습 후 이를 분석한 데이터
 ➋ 현직자 대상 AI 면접 실시 후 고성과자들과 저성과자들의 답변 특성을 분석한 데이터
 ➌ 기업 및 직무별 인재상을 반영한 필요 역량 데이터
 ➍ 뇌과학에 근거한 사람들의 표정, 시선, 목소리 떨림 등과 관련한 감정 데이터

면접에서 AI에게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기준에 맞춘 답변이 필요하다. 우선 기업 및 직무 분석을 통해 중요 키워드와 필요 역량에 대한 숙지가 필수적이며 실제 직종에 근무하는 이의 경험을 반영해 본인이 어떻게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고민 해야한다. 또한 평소 거울을 보며 말하는 연습을 통해 표정과 자세를 파악하고 교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AI 채용에 관련된 기업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 중 하나인 마이다스아이티는 AI 기술을 접목한 채용 솔루션 ‘inAIR(인에어)’를 개발한 채용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해당 기업의 대표이사 이형우 씨는 “AI 면접은 다각도에서 지원자의 성격적 특성, 능력, 행동 데이터 등을 수집하여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라며 “결코 채용을 결정짓는 주체는 아니니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 대학생도 피할 수 없는 취업 사교육 열풍

취업 시장에서 사교육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구인구직 플랫폼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4년제 대학 3~4학년생 1374명을 대상으로 취업사교육 경험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39.2%가 ‘취업 준비를 위해 사교육을 받았거나 현재 받고 있다’고 답했다. 사교육으로 연 평균 215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지출하며 ‘불안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초․중․고등학생의 사교육비도 날로 증가하는 가운데 대학교 졸업자들이 다시 학원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대한민국이 사교육의 늪에서 아직 나오지 못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과열된 현실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의 성과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취업 사교육을 받은 경우 첫 일자리 취업률은 비교적 높게 나타나지만 일자리의 질에는 영향이 없다. 이에 재취업 혹은 이직을 준비할 경우 다시 사교육에 비용을 투자하는 상황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대두되는 AI면접에도 사교육 열풍이 불 것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 한국 취업준비생들은 취업관련 카페에서 AI면접 후기를 찾아보거나 서로 기업 족보를 공유하며 면접에 대비한다. 졸업예정자와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무료 면접 응시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학원들도 늘고 있어 취업 패키지 특강을 듣는 취업 준비생들도 많아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해외 연수 비용부터 어학원 비용까지 지금도 충분히 많은 돈이 드는데 AI 면접같이 새로운 면접 방식이 등장하게 되면 사교육을 필수로 생각하는 요즘 대학생의 등골이 남아나질 않겠다”라는 우려의 의견을 내비쳤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급변하고 있는 취업 시장은 청년들을 이렇게 평생 사교육의 늪으로 이끌고 있다. 

Epilogue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청년들에게 안부를 물을 수 없다. 그들에게 안부란 졸업과 취업, 직장과 기업이름이기 때문이다. 시사위크에서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불안, 우울, 무료의 이유 중 44%가 취업스트레스라고 한다. 이런 시대에 사는 청년들에게 취업 시장의 변화는 그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높아져만 가는 실업률을 끌어내리는 것은 청년들의 소관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 미래의 주역이 아닌 ‘N포세대’의 일원이 돼가는 그들에게 ‘도전하라’만 외친다. 결국 청년들은 그 앞에서 모든 실패들을 자신의 역량과 스펙 탓으로 돌리며 좌절하고 있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변화하는 취업시장의 급물살에 허우적대는 청년들을 보고만 있지 말고 마땅한 대책마련과 함께 손을 뻗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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