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경찰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 단대신문
  • 승인 2019.09.17 09:21
  • 호수 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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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범죄인 송환법

◇ 올해 6월 초, 홍콩에서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범죄인 송환법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과 타이완 등에서도 범죄인을 본국으로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으로, 홍콩 정부는 시민들의 법안 철회 요구를 외면해왔다.

하지만 학생들의 동맹휴학, 노동계의 총파업 등이 시작되며 분위기가 변화했다. 결국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시민들의 반발에 밀려 결국 지난 4일 송환법 완전 철폐를 선언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경찰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 조사위 설치 등 나머지 요구 사항이 인정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기로 했다.

◇ 지난달 31일, 홍콩 정부는 계속되는 시위를 끝내기 위해 최정예 특수부대를 투입했다. 경찰은 거리의 시민에게 최루탄을 쐈고, 시위대가 테니스 라켓으로 방어하는 모습이 곳곳에 펼쳐졌다. 경찰은 목소리를 높이거나 카메라를 든 이들이라면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강제적으로 진압했다. 소식을 전하러 파견 온 외국 기자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피비린내가 거리를 가득 채웠으나 경찰의 것은 아니었다.

◇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의 증언이 이어져도 가해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권력 하에 피해자는 존재할 수 없었다. 발언을 빼앗긴 피해자는 끝내 자신들의 흉터 자체를 발언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얼굴조차 가리지 않은 폭행 영상과 같이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영상이 SNS상에 널리 퍼졌다. 그들의 환부가 요구하는 것은 치료가 아닌 관심이었다. 해당 사항은 이제 개인적 차원과는 또 다른 생존의 문제가 됐다.

◇ 미성년자 때부터 홍콩의 자주를 염원하며 시위를 이끌던 조슈아 웡(22)이 또다시 체포됐다. 석방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기다. 그는 계속된 단식과 시국 선언, 저항을 거듭함에도 지치지 않고 거듭 외친다. "어떤 대가를 치르든 우리는 다음 세대에 이 문제를 넘길 수 없습니다. 이번 세대가 우리의 임무를 마쳐야 합니다." 연대와 자유, 그리고 공존을 외치는 건 우리 민족의 오랜 숙명이었다. 어쩌면 홍콩의 일이 멀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자유와 인권을 죽인 경찰이 천사가 되길 바라는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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