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15분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나요
당신의 15분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나요
  • 박예진
  • 승인 2019.09.10 17:44
  • 호수 146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대표 구범준(49) 씨

Prologue

15분. 세상을 바꾸기에는 다소 작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하지만 여기 무려 9년 동안이나 그 놀라운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나로 시작해 우리로 열리는 이야기’라는 작은 슬로건으로 시작한 세상을 바꾸는 시간(이하 세바시)은, 현재 9년째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우리나라 강연 프로그램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금까지 1천명이 넘는 사람을 만나며 담은 그들의 인생 스토리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큰 울림과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는 세바시의 수장 구범준(49) 씨. 세상에 좋은 가치를 전하고 사랑의 본질적 의미를 널리 퍼뜨리고 싶다는 그를 지난달 19일, 양천구에 위치한 세바시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2011년도에 처음 세바시를 기획·연출하고 지금까지 제작하고 있는 PD이자 세바시 대표 구범준이다.

▶ PD를 꿈꾸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평소 이미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미대에 가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진학하지 못했다. 그 후 이와 비슷한 연속된 이미지 즉 영상 콘텐츠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영상으로 사람들에게 세상의 가치를 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PD라는 직업을 꿈꿨다기보단 영상으로 세상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PD고 세바시였다.

▶ 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인가. 15분이라는 시간을 고집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기획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강연을 듣기 가장 쾌적한 시간이 15분이라고 생각했다. TED의 평균 강연 시간이 18분이었는데 18분은 스마트폰으로 보기에 생각보다 긴 시간이라 느껴 3분을 뺀 15분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최근 세바시 영상을 보면 15분을 넘는 게 더 많다. 이제 15분이라는 시간은 상징적인 숫자가 된 것 같다.

▶ 15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PD로서 신경 써서 담아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당연히 프로그램의 본질인 강연 내용이다. 강단에 선 사람이 어떤 이야기로 어떻게 울림을 주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CG, 무대장치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과정들을 최대한 간소화시켜 강연 내용에 집중하는 좋은 콘텐츠를 내보내려고 노력한다. 두 번째는 시각의 지루함을 탈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세바시는 요약 자막 처리를 하지 않는다. 시청자의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사를 잡는 앵글을 3~4개로 다양하게 두고 관객의 리액션 컷을 자주 넣어 지루함을 덜어주는 방식을 택한다. 웃긴 장면 뒤에는 웃는 사람들의 모습을, 감동적인 이야기 뒤에는 숙연한 사람들의 모습을 넣으면 공감 효과가 극대화되면서 지루함을 탈피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 강단에 서는 강연자가 대학생, 외국인, 전문가 등으로 직업, 나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하다. 출연자 섭외는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는가.
기준은 딱히 없다. 세바시의 슬로건이 ‘나로 시작해서 우리로 열리는 이야기’다. 어디서 듣고 보고 배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얻어낸 삶의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나누는 장이 세바시인 것이다. 그래서 강단에 서는 사람이 박사, 전문가여야 한다는 기준이 있을 수 없다. 누구나 자신이 살면서 느끼고 경험한 아이디어들이 있고 그곳에서 우리는 뭐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이야기가 세바시의 기획과 어울리고 인지도 있는 사람이면 더 좋을 뿐이다.

▶ 꼭 섭외하고픈 사람이 있다면.
배우 정우성. 몇 년을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 장수 프로그램을 지켜오면서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인가.
질문 자체가 답이 될 것 같다. 프로그램을 오래 이끄는 것 자체가 가장 힘들다. 프로그램의 성장과 함께 고민의 크기도 커지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관객 400명을 모으고, 강연자를 찾아다니며 일일이 기획 의도를 설명하고 섭외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9년이 지난 지금은 세바시가 자리를 잘 잡아 이런 걱정을 하진 않지만 주식회사의 형태가 됐으니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이 큰 고민거리다. 아마 브랜드를 지키고 성장시키는 것은 오늘보다 내일이, 내일보다 모레가 더 힘든 것 같다.

▶ 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세바시 강연을 보고 “내게 필요했던 이야기예요. 감사해요” 같은 피드백을 받을 때나 학교와 회사에서 하나의 교육 콘텐츠로 쓰일 때 자극제가 되는 동시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다. 또 영상을 통해 남겨진 강연들은 시간이 흘러도 계속 남아 후대까지 이어져 세상을 바꿔나가는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이 일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 4주년 기념 강연에서 세바시가 변화와 혁신이라는 키워드와 맞물려 사랑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세상에 전하는 데 힘쓰겠다고 했는데, 5년이 지난 지금 그 목표를 이뤘는가.
키워드와 함께 시작한 것이 ‘5가지 사랑의 언어’다. 3개의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수료하면, 세바시가 인정한 5가지 사랑의 언어 강사로 인증을 받는다. 인증 후 이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랑에 대해 강연하고, 그 홍보와 지원을 세바시가 돕는다. 그들이 각지에서 강연하며 사랑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관점이 세상에 알려지고 사람들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이것이 우리가 택한 사랑을 퍼뜨리는 방식이다. 아직 강사 1천명 양성이라는 목표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 지금까지 접한 수많은 강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강연이 있다면.
자신의 평생을 바친 일이 강연의 재료가 되면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국종 교수 강연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현장 강연 시간이 46분이었는데도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 모두가 짧은 시간 한 호흡으로 빨려 들어갔다. 우리나라 응급 구조 시스템의 실태와 열악한 환경, 세월호 당시 교수가 직접 겪은 일들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당시 이국종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언론과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 수많은 강연을 기획하고, 방청하면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나 또한 한 명의 수혜자다. 수많은 강연을 들으면서 생각하는 방법, 말을 건네는 방식,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그래서 이 질문을 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공복에 한편씩 봐라, 약처럼.” 지금까지 강연 수를 세보면 거의 1천 100편 정도가 된다. 우린 계속 영상을 만들 예정이니 3년을 꼬박 봐도 3년 치가 또 나온다. 매일 한 편씩 보다 보면 자신의 인생을 바꿀만한 메시지가 하나쯤은 걸리기 마련이다. 그렇게 누구나 인생의 지침서가 될 만한 이야기를 세바시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세바시가 사람들에게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잘 공부하고 잘 살자.

▶ 세바시의 프로듀서도 대표도 아닌, 사람 구범준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잘 사는 것이다. 세바시가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화가가 되고 싶다. 물론 전시도 하고 그림도 팔리는 직업 화가가 되면 더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내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남은 생애의 즐거움이 될 것 같다.

▶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적어도 5년은 자리를 지키며 성과를 내봐라. 누가 봐도 부당한 일을 당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단지 자신과 안 맞는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것을 쫓고 싶다는 이유로 하는 일을 포기하고 돌아서진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길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도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끝까지 남아 성과를 낼 줄 아는 힘을 가진 사람은 그 후에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나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공/통/질/문]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이 있다면.
나에 대한 믿음이다. 뭘 하든 잘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

Epilogue
그는 각자의 인생이 담긴 강연은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전한다고 말했다. 책에서 보고 들었던 지식으로 꽉 채워진 15분이 아니라 자신의 평생을 바친 15분 말이다. 기자는 인터뷰 내내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으로 빛나던 그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지금의 열정이 이어져 그가 훗날 또 한 명의 강연자로 세바시 강단에서 강연을 펼친다면 어떨까. 기자는 깊게 녹아든 그의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메시지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예진
박예진 다른기사 보기

 billionaire00@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