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자의 슬픔
추락하는 자의 슬픔
  • 송정림 작가
  • 승인 2019.09.25 23:53
  • 호수 14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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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스탕달의 『적과 흑』
작가 스탕달
작가 스탕달

 

적과 흑에서 ()’은 군대, ‘()’은 성직자의 길을 암시한다. 그 당시 가난한 젊은이들이 출세할 수 있는 두 가지 길은 군대 아니면 성직자의 길이었다. 제목부터가 그 시대 사람들의 세속적 욕망을 상징하고 있다.

가난하고 괴팍한 제재소 주인의 아들인 줄리앙 소렐은 아버지가 시키는 일을 하기보다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아버지와 형에게 학대를 당한다. 맨손으로 출세한 나폴레옹의 초상화를 베개 밑에 품으며 줄리앙은 이렇게 절규한다. “! 나폴레옹이야말로 프랑스 청년들을 위해서 하느님이 보내신 영웅이다. 과연 누가 그 사람을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

총명한 줄리앙을 알아본 셀랑 사제에게서 줄리앙은 라틴어를 배운다. 마침 아이들의 라틴어 선생을 구하던 레날 시장은, 사제에게서 줄리앙을 추천받고 줄리앙은 시장의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간다. 레날 시장의 부인은 그에게서 동정심을 느끼며 친절하게 대해준다. 줄리앙은 처음에는 특권 계층에 대한 증오심으로 레날 부인을 유혹한다. 그러나 그 마음은 점점 사랑으로 변해가고, 레날 부인과 줄리앙은 서로 깊이 사랑하게 된다. 두 사람의 애정행각이 풍문으로 퍼지게 되자 레날 시장은 줄리앙을 추격해온다. 레날 부인은 줄리앙에게 차라리 당신 품 안에서 죽고 싶다고 같이 달아나자고 했지만, 줄리앙은 레날 부인을 두고 떠난다.

줄리앙은 브장송의 신학교로 들어갔다가 교장의 추천으로 권력가인 라몰 후작의 비서로 들어간다. 라몰 후작의 딸인 마틸드는 줄리앙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녀의 마음을 알게 된 줄리앙은 생각한다. ‘그녀에게 두려움을 주자. 내가 정복하려는 상대는 악마다. 때문에 정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줄리앙은 상류층 사람들을 악마라고 생각할 정도로 적의를 품고 그들을 신분 상승의 도구로 생각한다.

라몰 후작은 딸의 결혼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며 레날 시장의 집에 줄리앙의 품행을 묻는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레날 부인에게서 이런 답장이 온다. “그는 빈곤한 데다 탐욕스러워서 위선에 차 있습니다. 그는 약하고 불행한 여자를 유혹해서 지위를 차지하고 입신출세를 꾀하려 했습니다.” 마틸드는 그 편지를 줄리앙에게 보여준다. 악의에 찬 그 편지를 보고 격분한 줄리앙은 고향으로 가서 총을 구입한다. 그리고 교회에서 기도하고 있던 레날 부인에게 총구를 겨눈다.

감옥에 갇힌 줄리앙을 찾아온 레날 부인은, 그 편지는 남편의 강압에 의해 억지로 베낀 것이라며 아직도 줄리앙을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살인죄를 쓴 줄리앙에게 공소를 하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줄리앙은 공소를 포기하고 사형 언도를 받게 된다.

사형 언도를 받은 날, 줄리앙은 독백한다.

, 이제 그만, 쉬고 싶다.

그토록 높은 위치로 오르고 싶던 줄리앙의 꿈. 그러나 그가 오른 곳은 높은 사형대 위였다. 한 발자국만 더 나가면 되는데, 그곳만을 향해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그 앞에서 그의 꿈은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말았다.

일하지 않는다고 휘두르는 아버지의 매를 견뎌야 했고, 하루하루 먹고살 일을 걱정해야 했고, 책 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학교에는 문전에도 못 가봤으며, 죽음 직전에 있는 아들에게 찾아와서도 빚을 갚으라는 아버지를 뒀고, 너무나 영리한 머리와 예민한 자존심을 가진 청년, 그에게 미래란 어떤 것이었을까?

그의 내적 갈등은 1830년대 청년의 이야기만일까? 야심만만한 꿈과 현실적인 환멸과 굴욕 속에서 고민하는 줄리앙이 책 속에서 걸어 나와 묻는다. 보다 높이 오르려는 꿈을 꾸며 현기증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당신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느냐고. 그 꿈의 안전장치는 잘 되어있느냐고.

송정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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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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