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선(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 송정림 작가
  • 승인 2019.09.25 23:53
  • 호수 14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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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톨스토이의 『부활』
​​​​​​​▲ 톨스토이의 초상화
▲ 톨스토이의 초상화

 

카추샤 마슬로바는 세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지주였던 두 자매가 그녀를 키웠다. 그녀가 만 16살이 됐을 때, 여주인 자매의 조카인 대학생 공작이 놀러 왔다. 그가 네플류도프였다. 카추샤는 그를 사모했지만 고백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2년 후, 네플류도프는 전쟁터로 나가는 길에 고모네 집에 들러 나흘간 묵었는데, 떠나기 전날 밤, 카츄샤의 방문을 노크했다. 다음 날 아침, 카추샤의 손에 100루블짜리 지폐 한장을 쥐여주고 그는 떠나버렸다. 그리고 그녀를 잊어갔다.

다섯 달 뒤, 카추샤는 자신이 임신한 것을 알았다. 그 길로 집을 나와 경찰서장 집에 하녀로 들어갔지만 거기서도 석 달밖에 있지 못했다. 쉰을 넘긴 늙은 지서장이 추근댔기 때문이었다. 그 후, 술 도매를 하는 과부 집에서 신세를 지며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아이는 양육원에 도착하자마자 죽어버렸다.

가는 곳마다 남자들의 추근거림 때문에 쫓겨나기를 거듭하던 카추샤는, 결국 유곽으로 흘러 들어가게 됐다. 그리고 그녀가 26살이 됐을 때, 그 사건이 일어났다.

법정에 서야 하는, 그리고 그녀가 사랑했던, 그녀를 하룻밤의 상대로 농락하고 그녀를 버리고 그녀를 타락하게 한 네플류도프를 만나는 원인이 되는 사건이.

법관이 된 네플류도프 공작은, 부호이자 명문인 코르챠긴 공작의 딸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법정의 배심관으로 카추샤의 재판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법정에 선 카추샤를 보고 깜짝 놀란다. 아름답고 순결하던 그녀가 살인용의자로 재판장에 서 있다니. 가볍게 농락했던 한 여자의 삶이 그로 인해 무섭게 일그러져 그 앞에 마치 복수를 하듯 서 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과거가 탄로날까 두려워하며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까맣게 빛나는 카추샤의 눈이 신의 눈초리처럼 여겨진다. 그녀의 죄에 투영되며 그 자신 역시 비열한 죄를 짓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법정은 카추샤에게 유형이라는 벌을 내리고 시베리아로 보낸다. 네플류도프는 집과 영지 등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카추샤를 따라 시베리아로 간다. 세인들의 비웃음을 뒤로하고 삼등 차를 타고.

카추샤는 거기서 혁명 주의자인 시몬손의 사랑을 받게 된다. 몇 달 후 카추샤는 감형을 받고 시몬손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네플류도프는 카추샤가 찾은 사랑을 인정하고, 자신은 괴로운 사람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써나가는 네플류도프가 우리를 향해 전해준다.

더럽게 부패한 껍질을 깨고 새로운 삶으로 부활하는 일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해야 하는 내 삶의 의무이며 존재의 의미라고.

나의 껍질과 부딪쳐 깨지 못하면, 개인에게도 신에게도 희망은 없는 것이라고. 누구나의 인생이든, 가장 큰 목표가 돼야 하는 것은 ()’이라고.

()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어야 한다고.

송정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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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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