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를 넘어 통합교육으로
특수학교를 넘어 통합교육으로
  • 박예진 기자
  • 승인 2019.09.25 23:53
  • 호수 14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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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특수학교 건립 기피
출처:조선일보

● [View 1] 장애아동 부모 A 씨
나는 장애아이를 둔 엄마다. 우리 아이는 통합 학급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중증 장애가 있기 때문에 특수학교에 다녀야 한다. 현재 다니는 특수학교는 집과 너무 멀어 아이가 통학하는 데만 왕복 2시간이 넘게 걸린다. 매주 반복되는 긴 통학 시간은 나와 아이 모두를 지치게 한다. 그러나 이런 불평은 사치다. 전국에 있는 특수학교 수는 장애아동의 30%만 겨우 수용 가능한 정도이기에, 특수학교에 입학한 것 자체가 운이 좋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교육청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 지역의 옛 초등학교 부지에 특수학교를 짓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사실 이는 별도의 주민설명회나 간담회 절차 없이 진행 가능한 일이었지만, 주민사회와의 공생의 일환이라는 명목으로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가 열렸다. 그곳에서 마주한 현실은 차가웠다. 나와 장애아동 부모들은 “불쌍한 척 마라”, “힘든 척 말라”며 언성을 높이는 주민들 앞에서 아이를 위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 1년이 지난 뒤에서야 교육청과 국회의원이 극적으로 타결해 특수학교 설립이 진행됐다. 하지만 개교 시기가 벌써 4번째 연기되고 있다. 주민들의 지속적인 민원과 특수학교에 지원하는 교사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학교 운영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원래 특수학교를 짓기로 계획한 곳에, 계획된 날짜에 특수학교를 짓는 것뿐인데 우리 앞에 놓인 장벽이 왜 이렇게 높은지 모르겠다.

● [View 2] 특수교사 B 씨
나는 20년차 특수교사다. 현장에 오래 있었던 만큼 특수학교의 존재 이유와 필요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특수교육 대상자들을 위한 정부의 대처가 시설 확충에만 쏠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특수교육을 위한 시설 건립 이전에 특수교원양성 증대, 장애 인식 개선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예산을 분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특수교사 전문성 검증과 인력난으로 특수교사 한 명당 책임져야할 학생 수가 너무 많다는 비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가 교육의 질이 낮아지는 것은 외면한 채 특수학교 설립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장애학생들에게 환경적 기반은 만들어 줄 수 있을지언정 질적인 측면은 보장할 수 없다. 현재 이행되고 있는 장애 이해 교육이 그 예시다. 사회적 인식 개선의 일환인 장애 이해 교육은 현재 초·중·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연 2회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비장애학생들은 자신이 그러한 교육을 받았는지도 모를 만큼 효과가 미미하다.


더불어 장애인 의무 고용률에도 문제가 많다. 2017년 10월에 공개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소속된 장애인교원은 1.5% 정도다. 내년부터 3.4%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에 따라 당장 1.9% 더 고용해야 하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특수학교를 짓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특수학교 설립과 실효성 없는 법을 내세우기 이전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우선시돼야 한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지난해 12월, 정부가 장애학생 인권 보호 종합 대책으로 오는 2022년까지 공립 특수학교 26개를 신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학령인구는 감소해도 특수교육 대상자가 점점 늘고 있는 현시점에 이와 같은 특수학교 설립은 당연한 사회적 흐름이다.


하지만 특수학교라는 전문적 교수 환경 제공 이전에 우리가 먼저 나아가야 할 방향은 통합교육이다. 유럽 일대 선진국은 이미 허물없는 통합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통합교육에선 LRE(Least Restrictive Environment)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교육 환경에 있어 최소 제한적 환경을 의미하는 LRE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모두 어떤 조건으로도 차별받지 아니한 채 함께 교육받는 환경을 뜻한다. 통합교육은 장애학생이 자연스럽게 또래와 상호작용하는 법을 익히고 사회적 주도성을 갖게 함과 동시에 장애학생의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방향을 지향한다.


우리나라도 과거보다 통합교육을 바라보는 인식이 발전하고 있다. 비장애인 중심적인 생각이 변화하고 있고 특수교육 실무사 배치, 통합학급 담임교사 연수 등 통합교육을 위한 제반 환경이 나아진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통합교육의 ‘질적인 확대’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존재하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소외가 공생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학교는 필수적인 환경이지만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따라서 장애학생의 성장 가능성을 열어주는 통합교육의 기반인 건강한 학교공동체와 미래의 완전한 통합 사회를 위해 모두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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