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는다는 것
짓는다는 것
  • 단대신문
  • 승인 2019.09.27 09:49
  • 호수 146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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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으로 장난치면 천벌 받는다.”

2000년 이후에 태어나 입학한 학생들이 이런 말을 아는지 궁금하다.먹을 것이 귀했을, 아주 오래된 옛이야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양뿐 아니라 그 질이 사느냐 죽느냐를 결정할 만큼 옛사람들은 먹거리를 신성시했다. 생산성이 향상된 시점부터 비교적 먹거리가 풍족해졌지만 좋은 먹거리를 구하는 것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기 때문이다.

먹거리 중 쌀밥은 한국인에게 상징적이다. 좋은 햅쌀로 갓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은 한국인에게 힘의 원천이며 정체성 자체다. 해외여행 중 오랜만에 만난 밥에 감동해본 경험들 있지 않은가? 그래서 한국인에게 밥을 짓는다는 것은 생존의 문제로 여길만하다. 우리는 생존과 관련된 것에 대체로 짓는다는 동사를 붙인다. 시를 짓고 소설, 편지와 노래도 짓는다. 매듭을 짓고 무리 지어 표정도 지으며 이름 짓는다. 옷을 짓고 밥과 약도 짓고 살 집을 짓는다.

태어난 후부터 우리는 짓는 것을 배우며 성장한다. 지어진 이름을 부여받고 존재가 되며 정성껏 지은 이유식을 먹고 배냇저고리 옷을 입으며 성장한다. 생각의 표현을 위해 글 짓는 법을 학교에서 배우고 긴 글 짓는 훈련을 한다. 그 안에서 무리 짓고 무리 안에서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관계의 매듭을 지어나간다. 그렇게 각자의 삶을 짓어 나간다.

이 모든 짓기가 일어나는 곳이 집이다. 가족의 집에서, 학교라는 집에서, 도시라는 집에서 그리고 국가라는 집에서 모든 짓기는 일어난다. 짓기의 집이다. 집은 그 무리의 다양한 짓기가 투영될 수밖에 없다. 집은 그 무리의 짓기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를 방문하면 꼭 중심가를 둘러보고 집들을 유심히 살피지 않는가. 무리의 짓기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짓기의 수준은 도시가 얼마나 많은 장소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가로 판단할 수 있다. 많은 장소의 기억은 이방인들에게 볼거리를 준다. 그러나 그 기억생산은 짓는 자의 몫이다. 그 지음 자체가 존재여야 하고 정체성이어야 한다.

짓기 가지고 장난치면 벌 받는다. 이 중에서 특히 밥과 집은 생존에 직결된 사항이라서 장난치면 천벌 받는다. 밥은 우리의 몸에 남고 집은 땅에 남는다. 몸에 남은 것은 대대로 전해질 수도 있고 땅에 남은 것은 한 세기 넘게 서 있을 수 있다. 몸에 남은 것은 유전자로 땅에 남은 것은 장소의 기억으로 각인된다.

천벌이라는 게 뭐 있겠는가. 무리의 소멸이다. 자고로 짓기가 천박하면 무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우리는 잘 짓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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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hibibi 2019-09-28 16:04:17
짓다....밥도 집도....복도 짓는다.
짓는 행위는 언제나 바르고 옳아야 한다.

이 나라의 집장사꾼들이 그동안 사욕을 위해 목욕적인 짓기를 자행해왔고 그로인하여 오늘날 대한민국의 주거문화가 이모양 이꼴이 되었는가....

잘 짓쟈.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