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너머를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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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대신문
  • 승인 2019.10.02 16:40
  • 호수 1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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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이취임식

◇ 개교 이래 첫 간선제가 실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이에 따라 지난달 26일 신임 총장의 임기가 시작되며 본지도 관련 취재를 이어나갔다. 그 과정에서 진행된 총장과의 대담이 진행됐다. 학생과 교원 사이 존중 속에 진행된 대담이 끝나고 나서 친구를 만났다. 그날 있던 일을 이야기하자 총장이 언제 바뀌었냐는 이야기가 따라붙었다. 필자는 감흥 없이 그 뒤로 자연스레 신임 총장의 이름과 공약 등을 소개했다. 재학생이 총장을 모르는 상황은 이미 익숙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 우리 대학 총장의 이름을 아는 재학생이 몇이나 될까. 아마 새로 취임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혹은 전임 총장의 이름을 대는 이들도 여럿 있을 테다. 물론 재학생의 무관심이 죄는 아니다. 그러나 대학의 3주체로서 학생이 원하는 바가 있다면, 그를 이루기 위해 본인의 권리를 파악하고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 양방향 간 소통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서로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함께 대학이라는 주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상대에 대해서 기본적인 정보는 인지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도 서로에 대한 무관심을 필두로 본인의 주장만 내세우게 된다면 그 사이에서 형성된 대학은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관이 돼버릴 것이다.

◇ 본지 12면에 실린 총장과의 대담에서는 그의 열정과 본교에 대한 사랑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알게 된 공약도 인상 깊었지만, 수십 년을 우리 대학과 함께 했다는 사실이 그의 대답에 묻어날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대담 이후 기사에 실릴 장호성 전임 총장의 이임사를 정리하다 우리 대학의 변화를 실감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그들에게 본교란 어떤 존재일지 궁금해졌다. 재학생의 입장에서만 보던 그들은 학교의 구성원과는 아득히 먼 위치에 있어 사소한 감정에 연연하지 않고 대국적인 길만 추구할 듯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마주한 그들은 본교에 대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 대학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이거나, 과거 대학 생활을 생각하며 웃는 모습에서는 세대를 뛰어넘어 본교 구성원만이 가질 수 있는 공감대가 보이기도 했다.

◇ 어쩌면 우리는 이미 벽을 세운 채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소리 질러도 닿지 않을 만큼 두꺼운 편견을 사이에 두고서는 단절의 원인을 서로라 단정했을 수도 있다. 모두가 주체가 될 수 있는 이상적인 대학을 위해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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