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보도 준칙에 대한 생각
재난보도 준칙에 대한 생각
  • 단대신문
  • 승인 2019.10.0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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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뒤늦게 찾아오는 태풍 때문에 가을 내내 걱정이 많다. 700mm가 넘는 엄청난 양의 비를 몰고 왔던 17호 태풍 ‘타파’를 비롯해 ‘다나스’ ‘링링’ 등 올 들어 지금까지 모두 6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런 자연재해를 겪을 때마다 뉴스보도에 촉각을 세우게 되고 적나라하게 보도되는 피해지역과 피해자의 모습에 누군가의 불행을 ‘국민의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상업화 하는 건 아닌지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다.

우리나라 재난보도의 민낯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보도를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 사건 당시 승객 전원 구조라는 사상 최악의 오보를 시작으로 유가족들에 대한 근접촬영이나 생존자들에 대한 인터뷰 경쟁 등 속보경쟁으로 인한 원칙 없는 취재보도는 물론, 재난에 대한 전문성 부재 등으로 ‘보도 참사’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은 피해자 중심 보도가 아닌 구체적인 사례 중심의 언론보도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그 해 9월 한국신문협회 등 5개 언론단체들은 재난 관련 취재 및 보도준칙과 피해자 인권 보도 등을 담은 재난 보도 준칙을 제정했다. 그리고 2016년과 2017년 경주와 포항에서 연이어 발생한 대형 지진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KBS를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 지정하고 각 방송사업자에 대해 재난방송 매뉴얼을 제정해 운영하도록 했다.  

그렇다면 사회적 논의와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한 재난 보도 준칙과 재난 방송 매뉴얼들이 과연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을까? 지난 4월 발생한 강원도 속초 산불 사태 당시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였던 KBS는 물론 MBC와 SBS 보도 모두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산림청이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로 격상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를 방영한 이후 특보체제로 전환하는 등 재난 상황에 대한 언론 보도의 문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재난 보도 매뉴얼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 방송 보도가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저널리즘의 윤리 부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재난 보도 준칙을 지키지 못한 언론사와 언론인들을 규제하는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만 할까?  

사실 재난보도에 대한 여론의 관심과 논의는 재난이 발생한 순간 반짝했다가 곧 다시 시들해지곤 한다. 역사적으로 언론 및 언론인의 윤리와 도덕성은 법적 제도적 규제가 아니라 언론인에 대한 윤리 교육과 끊임없는 의견 교환 및 사회적 논의에 의해 지켜졌다. 언론사들의 과열된 속보 및 특종 경쟁, 뉴스 소비와 유통 구조 등을 개선하기 위한 언론인 스스로의 반성과 노력, 그리고 국민 모두의 관심과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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