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으로 삶의 가치를 표현하다
몸짓으로 삶의 가치를 표현하다
  • 강혜주
  • 승인 2019.11.12 15:42
  • 호수 14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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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오정화(34) 씨

 

Prologue

당신은 어떤 미래를 꿈꾸며 대학에 진학했는가. 혹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휩쓸리며 살고 있진 않은가. 구인·구직 사이트 잡코리아알바몬의 한 조사에 따르면 현 직무와 전공이 일치하지 않는 직장인 비율이 63%라고 한다. 취업에 대한 열정은 넘치지만 정작 자기소개서에 취미, 특기 문항 채우기가 가장 어렵다는 세대. 하지만 여기 오롯이 춤에 대한 열정만으로 직진 중인 사람이 있다. 죽는 순간까지 춤을 추면서 삶을 마감하고 싶다는 안무가 오정화(34) 씨를 인천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마담패밀리의 수장이자 안무가 오정화라고 한다. 현재 `마담빅'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름을 마담빅으로 지은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 이름을 정할 때, 소속된 크루의 선생님이 캐릭터를 잡기 위해 미스빅을 제안했다. 하지만 미스빅이라는 이름이 너무 싫어서 고민하던 중에 마담이 예술인을 존중하는 단어로 쓰인다고 들었다. 따라서 나의 특징도 살리고, 성장하는 예술인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스스로를 마담빅으로 명명하게 됐다.

재즈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시작은 좀 불건전하다. 청소년 시절에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면서 공부보다는 이성에 눈을 떴고,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그때 어머니를 따라서 시작한 게 바로 에어로빅이었다. 에어로빅을 하면서 처음으로 칭찬을 받아봤고, 재능도 인정받았다. 그래서 대학도 에어로빅 전공으로 갔었는데, 당시 학부에서 나를 가장 예뻐해 주던 교수님이 재즈댄스를 담당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소 애정 결핍적인 부분이 있지만, 그때는 교수님의 관심이 좋아서 재즈댄스를 시작했다.

 

다양한 댄스 장르 중 특별히 재즈댄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은 어떤 것인가.

재즈댄스는 무용, 스트릿, 하우스 등 모든 장르의 춤을 기본적으로 잘 춰야 하며, 스토리와 감성까지 갖춰야 하는 장르이다. 게다가 다른 장르와는 달리 잘하기까지 3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린다.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나는 그 어려움 속에서 매력을 느껴 계속하고 있다.

 

춤을 추면서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머니가 15살 때부터 모든 금전적인 지원을 끊어 대학을 다니기 위해서는 서울에서의 생활비, 집값, 등록금을 모두 직접 벌어서 충당해야 했다. 학교가 끝나면 알바를 하고, 연습을 하러 갔다가, 다시 알바를 가는 식으로 하루에 2시간씩 자면서 생활했다. 계속 몸을 혹사하면서 살았더니 졸업 즈음에 댄서로서의 수명이 끝났던 게 가장 힘들었다.

 

댄서는 마를 것이다라는 편견이 종종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편견이 있지만 없다고 대답하고 싶다. 무대에 섰을 때 몸이 관객들의 시선에 거슬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몸을 제대로 제어할 수 있다면 체형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관리가 필요하다. 나는 마담빅이라는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무대에 오르기 위해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고, 그 덕분에 레그 프레스는 350kg까지 든다. 마른 체형은 아니지만, 이 몸으로 춤을 추기 위해서 큰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직접 댄서로 활동할 때와 안무가로서 감독 할 때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리고 어떤 걸 더 선호하는가.

어릴 때는 정말 슈퍼 댄서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허리 수술을 할 정도로 몸이 망가져 안무가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지금은 안무가로서 작품을 만들고 내가 만든 안무를 무대에 올릴 때의 행복이 더 크다.

 

직접 감독한 안무를 봤는데, ‘텔레토비 괴담같은 주제가 인상 깊었다. 이러한 안무 창작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사회적 약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그러나 단순히 표현하기보다는 심층적인 의미를 담고 싶어서 고안하다 보니 나온 게 텔레토비 괴담이었다. 비록 만화 <텔레토비> 제작자는 만화 속에 담긴 차별적 상징을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요소를 담고 있다고 해석을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안무 창작은 주로 노래를 듣고 거기에 맞춰 즉흥적으로 짜는 편이다.

 

마담패밀리크루의 수장이다. 크루를 만들게 된 계기와 과정은 어땠는가.

내가 재즈댄스를 기본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컨템포러리(혁신적인 스타일의 현대무용)와 스트릿을 섞은 컨템포러리 퓨전 장르를 주로하고 있다. 컨템포러리 퓨전 수업을 진행한 것은 내가 유일했는데, 퓨전 장르를 잘 소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장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야 하고, 감성도 충분히 있어야 하다 보니 수강생이 마니아층만 남았다. 수업 초반부터 3, 4년간 나를 따라서 이 장르를 계속해온 친구들을 데리고 팀을 만들게 됐고, 그 팀이 마담패밀리.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표현하자면.

되돌아봤을 때 잘 살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후회도 된다. 춤을 못 추게 됐을 때는 심하게 정신병이 올 정도로 힘들었다. 막상 춤추는 일이 직업이 되니 수업만 진행하고, 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후배와 제자들을 양성할 수 있어서 행복하지만 내게 춤이 예술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 돼버린 것 같기도 해서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이번에 재즈댄스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기획 계기와 개최 소감이 궁금하다.

재즈댄스는 다른 장르에 비해 배우는 데 오래 걸리다 보니 점점 수강생이 줄어드는 게 아쉬워서 개최하게 됐다. 이 페스티벌을 통해 재즈 댄서들이 서로 화합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으면 한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일본에서는 백업 댄서들이 무대를 준비하고 대기한 시간이 모두 급여에 포함된다. 그러나 한국은 급여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말도 안 되게 열악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을 바로잡아 앞으로의 댄서들은 어떤 공연에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여러 장르의 실용 무용 선생님들과 실용 무용협회 출범을 준비 중이다. 후배들은 춤을 생업으로 삼을 수 있을 정도의 정당한 대가를 받았으면 좋겠고, 준비한 공연을 모두 보일 수 있도록 무대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이 있다면 무엇인가.

춤이다. 나는 춤을 추기 위해서 태어났고, 춤을 추면서 죽고 싶다. 내 인생의 마지막 목표는 어떤 움직임이라도 상관없으니 관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춤을 추는 것이다.

 

끝으로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나는 열정으로 몸을 혹사하면서 20대를 보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너무 후회된다. 따라서 나는 대학생들에게 비록 미래가 불안하더라도 적당히 열심히 하고, 적당히 즐기면서 살라고 말해주고 싶다.

 

Epilogue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 춤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아직 명확한 꿈을 찾지 못한 기자는 그의 확신에 찬 답변이 감명 깊으면서도 부러웠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체육계 진학을 꿈꿨지만 불가능할 것이라며 포기했던 17살의 모습이 떠오르며 씁쓸해졌다. 미국의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우리는 젊음을 위해 미래를 개발할 수는 없지만, 미래를 위해 우리의 젊음을 개발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기자는 지금부터라도 꿈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지금 꿈을 좇고 있느냐고.

강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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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jriv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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