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성(Homeostasis)에 대하여
항상성(Homeostasis)에 대하여
  • 단대신문
  • 승인 2019.11.20 10:53
  • 호수 146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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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전 동남아로 휴가를 떠난 적이 있다. 배를 빌려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묵직한 움직임에 뭔가 걸렸음을 알았고 빨리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낚싯대의 릴을 재빠르게 감고 있었다. 현지인 가이드가 난리가 났다. 뭔가 큰일이 난 듯했는데 말도 못 알아듣고 주변을 보니 큰일이 난 것도 아닌 듯해 그냥 열심히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는 더욱 난리가 났고 난 더 열심히 올렸다. 묵직하던 것이 점점 가벼워지는 듯했고 뭔가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그는 이제 거의 포기하다시피 망연자실했고 내가 끌어올린 낚싯바늘에는 머리만 온전한 걸레 같은 형체의 물고기가 걸려있었다. 높은 수압에서 살던 고기가 급격하게 수압이 변하는 것을 견디지 못해 터져버린 것이다. 이제야 깨달았다. 그 가이드는 하루 일당 외에 부수입이기도 한 그 고기가 상할까 봐 천천히 올리라고 난리를 친 것이다.
 

예측을 벗어난 변화에 그 물고기의 항상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우리 몸에 열이 난다거나 추워서 소름 돋거나 떨리는 것은 자극에 대해 몸이 뭔가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스트레스도 정신적 항상성이 작동한 것이다.
 

에너지 활동을 하는 모든 유기체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항상성이다. 항상성이란 외부나 내부의 자극에도 형태와 생리적 특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살아있는 것에만 발견되는 특징이 아니다. 예를 들면 지구생태계 또는 더 확장해서 우주라는 체계(system)에서도 발견되는 특징이다. 에너지 보존 법칙도 우주가 가진 여러 항상성의 결과 중 하나다.
 

체계가 있는 모든 것에는 항상성이 내포돼 있다. 체계는 애초 그것이 유지되는 방향으로 진화되었거나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상성이 없어진 체계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가족, 마을, 학교, 사회, 국가, 세계 그리고 우주 모두 항상성을 기반으로 진화되거나 만들어진 체계다. 건강한 체계는 웬만한 자극이 외부와 내부에서 발생해도 스스로 항상성을 발휘해 소멸시킨다. 대체로 항상성의 시작은 그 내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체계에 불편함과 고통을 준다. 그러나 꼭 필요한 반응이다.
 

그 체계가 ‘사회’라면 항상성의 시작은 합리적 비판이다. 건강한 체계라면 항상 내부에는 비판의 목소리들이 들려야 한다. 그 비판은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하며 분노와 적의가 가득한 비판은 구별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위험한 것은 합리적이든 아니든 항상성 자체가 사라진 체계다. 여러분이 속해 있는 여러 가지 체계가 있을 텐데, 그 체계에 합리적 비판이 용인되는지를 보라. 그것이 건강한 체계의 지표다. 아예 항상성이 없다면 그것은 좀비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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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2020-03-30 13:32:10
터지지 않게 항상 항상성을 유지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