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말해 줄 이가 남아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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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대신문
  • 승인 2019.11.20 10:54
  • 호수 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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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동조합

◇ 지난 16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공식 출범했다. 삼성전자의 역사를 통틀어 양대 노총 산하 노조가 설립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단발성으로 설립된 기존 노조들과 달리, 이번 노조는 이미 500명 안팎의 조합원을 대거 보유 중이며 한국노총 아래의 타 노조들과 연대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다시 말하자면, 제대로 된 노조가 설립되기까지 50년이 걸린 것이다. 이제껏 삼성은 노조 설립에 굉장히 회의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조직 와해를 위한 방해는 물론, 부당한 수법을 행하더라도 노동조합의 탄생을 막았다. 멀리 볼 것 없이, 지난 5일 공판이 끝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 사건’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공판은 삼성전자 관련자들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첫 공식 노조 출범에 걸맞은 초석이었다.
 

◇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노사관계는 항상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평가 결과에서도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협력 순위는 130위였다. 이는 노조에 대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는 노조가 체계를 이용해 사회를 무너뜨리려는 불순분자라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간간이 들려온다. 물론 많은 이들이 직접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으나, 머리에 띠를 맨 이들보다 정장을 갖춰 입은 자들을 선호하는 것은 분명하다.
 

◇ 나치군에 저항한 목사였던 마르틴 니묄러는 사회가 불공평한 지배에 안주하고, 개혁을 외면하며 무심히 일관하는 태도를 비판하는 연설을 펼쳤다.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에. … 그들이 내게 왔을 때, 그때는 더 이상 나를 위해 말해 줄 이가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노조를 바라보는 태도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노조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우리를 위해서.

<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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