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을 향한 움직임
새로운 도전을 향한 움직임
  • 이다현
  • 승인 2019.11.26 14:41
  • 호수 14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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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춤
▲ 벅찬 도전을 마친 기자의 추억 남기기
▲ 벅찬 도전을 마친 기자의 추억 남기기

기자는 발레리나라는 오랜 꿈을 포기한 적 있다. 그 때는 긴 시간을 함께한 무언가를 잃은 것만으로 한동안 세상이 무너지는듯한 외로움에 뒤덮였다. 이렇게 마냥 제자리에 머물러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한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것처럼 내디딘 첫걸음이 춤이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도전해왔던 춤. 문득 누군가에게 배우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 구독자가 1천850만명에 달하는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누군가에게 춤을 배운다면 꼭 이 학원에 가겠다 생각했던 기자는 올라와 있는 춤 영상들을 보며 몇 날 며칠을 망설였다. 영상 속 사람들은 정해진 안무를 모두 어렵지 않게 소화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발레처럼 부드러운 춤만을 고수하던 기자에게는 큰 도전으로 여겨졌다.

한 수업당 60명이 정원인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는 자신이 원하는 선생님을 택할 수 있었다. 1회 3만5천원으로, 기자는 평소 거침없는 움직임에 동경하곤 했던 Woonha 선생님의 수업을 택했다. 스튜디오에 입장해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 있는 동안 둘러본 곳에는 온통 외국인으로 꽉 차 있었다. 그들의 자신감에 넘치는 표정에 기자는 괜히 조금 더 긴장했다.

▲ 작은 체구에도 큰 동작을 구사하는 Woonha 선생님
▲ 작은 체구에도 큰 동작을 구사하는 Woonha 선생님

기자의 수업은 간단한 몸풀기 후 ‘에이티즈’의 ‘원더랜드’라는 노래로 이뤄졌다. 선생님이 세는 박자에 맞춰 동작을 하나씩 몸에 담았다. 복잡한 스텝과 기자만의 애드리브가 필요한 동작을 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모든 동작을 다 익히기에 1시간 30분이라는 수업 시간은 너무도 짧게 느껴지기도 했다.

1시간 동안의 연습이 끝나자 카메라를 든 사람이 스튜디오로 들어왔다. 유튜브에서만 보던 이곳의 영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희망하는 수강생이 손을 들면 선생님이 그 중에서 택해 진행되는 촬영이 새롭기만 했다. 한동안 촬영이 이어지던 중 선생님이 구석에서 연신 감탄만 하던 기자에게 촬영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용기가 없었던 기자였지만 선생님의 요청에 망설임 없이 카메라 앞으로 향했다.

▲ 파워풀한 `원더랜드' 촬영 중
▲ 파워풀한 `원더랜드' 촬영 중

촬영은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순식간에 끝이 났다. 많은 실수에 괜히 카메라를 탓했지만, 당시 기자가 느낀 기분은 분명 설렘이었다. 숨을 고르며 다음 촬영을 지켜보던 기자는 수강생을 가르칠 때와는 다른 눈빛과 동작으로 스튜디오를 압도하는 선생님에게 매료돼 그 춤 선을 하나하나 기억하려 애썼다.

처음 듣는 노래에 익숙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였을까. 즐기기보다는 안무를 배우기 급급했던 수업이 아쉬웠다. 그래서 기자는 오늘 배운 안무를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 연습실로 향했다.

▲ 함께 연습했던 ‘정훈소년’의 연습실
▲ 함께 연습했던 ‘정훈소년’의 연습실

연습실에 도착한 기자는 함께 수업을 들은 댄스 유튜버 ‘정훈소년’과 동작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계속 반복했다. 연습을 거듭할수록 스스로의 움직임이 어색하게만 느껴져 속상해하고 있던 기자에게 “이 춤에 담긴 편견을 내려놓고 네 느낌을 살려서 춰”라는 조언이 들려왔다. 파워풀한 동작을 편안하게, 절도있는 동작을 무용하듯 부드럽게. 멋있고 힘있게 춰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무대에 서서 발레를 하던 그 때의 벅차오름과 비슷한 기분이 기자를 스쳐갔다.

세상에 못 입는 옷은 없다. 내 몸에 맞지 않는 옷도 고치면 딱 맞게 입을 수 있다. 평소 무용과 거리가 먼 장르의 춤에 자신감이 없던 기자는 색다른 춤에 나만의 느낌을 담으며 더 발전했다. 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하루, 그 속에는 분명 기자처럼 새로운 도전을 하러 온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온몸을 가득 울리는 큰 소리의 음악이 들려오고 거울 앞에 당신이 서 있다. 춤에 자신이 없어도 괜찮다. 노래가 당신과 어울리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씩 움직여보자. 두려움이 아닌 설렘이 감정을 장악하면 그 춤은 오롯이 당신만의 것이다.

이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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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codm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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