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루돌프 아우크슈타인 『권력과 언론』
역사- 루돌프 아우크슈타인 『권력과 언론』
  • 이수현 기자
  • 승인 2019.11.29 15:07
  • 호수 14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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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시대, 권력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통해 당당하고 올바른 언론의 모습을 현대에도 제시할 수 있는 책

"슈피겔, 민주주의의 거울"

 

 

저자  루돌프 아우크슈타인
책이름  권력과 언론
출판사  열대림
출판일  2005.08.10.
페이지  p.448

“저널리스트에게 최악의 적은 정치인과 호형호제하고 허물없이 지내는 것이다…저널리스트는 정치인과 영원한 우정을 나눌 수 없다” p.33

 

황색언론, 권언(권력과 언론)유착, ‘기레기’. 저널리즘의 위상이 추락한 현대 언론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어들이다. 일부 언론의 편향적 보도로 인해 세간의 화두가 된 언론개혁으로 비춰보듯찬란했던 언론의 영광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과거 영국의 정치인 에드먼드 버크의 말처럼 전제정치를 견제하는 ‘제4계급’, 언론은 어디로 갔는가.


『권력과 언론』은 1947년 독일의 정치 주간지인 『슈피겔』을 창간한 루돌프 아우크슈타인이 2002년 서거할 때까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겪은 일련의 일화들을 소개한 책이다. 슈피겔의 창간 배경을 시작으로, 1960년대 유럽 최대의 언론 스캔들이었던 ‘슈피겔 사건’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등 당대 저명한 인사들과의 대담이 수록돼 있다.


저널리스트인 아우크슈타인이 정치 권력을 대하는 모습은 한없이 당당했다. 그는 1953년 본인의 기조연설에서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써야 한다는 것이 슈피겔이 받는 유일한 압력”이라며 “합리적인 논리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나 써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인해 1962년, ‘슈피겔 사건’을 겪게 된다. 슈피겔 측에서 조국인 서독의 방위태세가 미흡하다는 것을 비판하자, 국가권력이 나서 극비의 군사 기밀을 누설한 국가 반역죄를 씌워 슈피겔을 파괴하려 한 것이다. 당시 총리였던 아데나워와 국방부 장관 슈트라우스는 슈피겔에 대해 “앞뒤 가리지 않는 파괴 의지로 글을 쓰는 더러운 신문”이라고 비난했고 국가권력은 아우크슈타인과 슈피겔 편집진을 투옥했다.


혹자는 독일의 민주주의가 슈피겔 사건과 함께 시작됐다고 말한다. 해당 사건으로 드러난 국가 권력의 언론 통제 시도가 시민들과 야당, 그리고 여러 언론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이에 1963년 아우크슈타인은 103일간의 투옥 생활 끝에 풀려났고 몇 달 뒤 총리였던 아데나워가 조기 사퇴하며 언론의 자유가 보장됐다.


언론인으로서 그는 단호한 태도로 권력을 대했다. 본인이 스스로 창간한 슈피겔을 ‘민주주의를 지키는 대포’로 칭했고 “대포는 쏠 대상이 있을 때만 설치된다”며 항상 권력을 향해 겨눴다. 때로는 가명으로 독자투고를 하며 발행인인 스스로에 대한 비판도 서슴없이 했던 그. 현대 언론이 그가 겨눌 대포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권력을 감시하는 거울 같은 언론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주저 없이 책으로 뛰어들어 보자.

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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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hyeo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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