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공간에서 만들어낸 특별한 하루
익숙한 공간에서 만들어낸 특별한 하루
  • 강혜주 기자
  • 승인 2020.04.14 17:13
  • 호수 14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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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홈(Home)족 문화(1) - 홈 피크닉, 홈 카페
▲ 거실에서 즐기는 피크닉
▲ 거실에서 즐기는 피크닉

 

앙상한 가지 위에 푸른 잎이 돋고 그 사이로 꽃이 피는, 그야말로 활기찬 봄날이다. 분명 여느 때였다면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겠지만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의 영향으로 대부분이 비자발적 ‘홈족’이 되고 있다. 홈족(Home+族)이란 여가부터 휴식까지 모든 걸 집에서 해결하는 사람으로 기자 역시 이 중 한 명이다.


지난달 중순, 개강은 했지만 여전히 집에만 있는 날들의 연속이다. 계속되는 강의와 쌓여가는 과제로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해진 기자는 기분전환을 결심했다. 바로 홈 피크닉을 떠나기로 말이다. 흩날리는 꽃잎과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을 느끼며 즐기는 야외 소풍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하며 아쉬운 대로 동생과 함께 집에서 소풍 분위기를 내기로 했다. 


기자는 곧바로 소풍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인 김밥과 유부초밥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꺼냈다. 그리곤 분주히 움직이며 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 ‘벚꽃엔딩’을 틀어 흥을 돋궜다. 과정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만들려는 시도조차 해 본 적 없는 김밥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왠지 모든 과정이 순조로운 듯했다.

▲ 도시락 대신 그릇 위 자리한 소풍 음식
▲ 도시락 대신 그릇 위 자리한 소풍 음식

 


하지만 김밥을 마는 일은 생각보다 꽤 어려워, 옆구리를 세 번 정도 터뜨린 후에야 제법 모양을 갖춘 김밥을 만들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김밥을 먹음직스럽게 잘라 유부초밥과 함께 그릇에 담고, 식후에 먹을 과일도 손질했다. 준비된 음식을 들고 거실에 마련한 돗자리 위에 앉으니 제법 소풍 느낌이 나는 듯했다. 하지만 아쉬운 풍경에 꽃놀이에 어울리는 영상까지 재생했다. 


허기졌던 탓에 차린 음식을 금방 해치우고 나니 이제는 졸음이 몰려왔다. 이대로 낮잠을 잘까 싶던 중 요즘 장안의 화제인 ‘동물의 숲’이 문득 떠올라 오랜만에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닌텐도 게임기를 꺼냈다. 외진 마을에서 채집·낚시 등을 통해 생활하는 이 게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하다 보니, 잠시나마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 이전에는 그 묘미를 몰라 시시하다며 접어뒀던 게임이지만, 다시 해보니 발전된 문명에 질려 오히려 귀농을 택하는 모습이 현대인과 닮아 있었다. 평소 게임을 전혀 즐기지 않던 기자도 사람들이 동물의 숲에 열광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던 시간이다.

▲ 피크닉 중 즐긴 닌텐도 게임
▲ 피크닉 중 즐긴 닌텐도 게임

 


게임에 몰입하다 보니 갑자기 달콤한 디저트 생각이 간절해져 홈 피크닉에 이어 홈 카페에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레시피는 일전에 SNS에서 봤던 것을 그대로 따라 해 볼 작정이었다. 그렇게 실제 카페에서도 판매중인 죠리퐁 라떼를 메뉴로 결정했다. 유리잔에 우유와 얼음, 아이스크림을 갈아 넣고 그 위를 죠리퐁으로 장식해주면 완성이다. 간단한 과정을  거치니 그럴싸한 음료가 완성됐다. 


즐거웠던 시간을 마무리하며, 하루의 흔적을 정리했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과제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았다. 평소와는 달리 죠리퐁 라떼를 앞에 두고 앉으니, 마치 카페에서 공부하는 기분이 들었다. 기자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 최근에는 그러지 못해 매우 아쉬웠던 마음이 어느 정도 위로되는 듯했다.

▲ 달콤한 죠리퐁 라떼와 과제 중
▲ 달콤한 죠리퐁 라떼와 과제 중

 


전염병이 만연한 시기엔 우울증에 걸리기도 쉽다는 기사를 봤다. 외출이 제한되고, 사람 만나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무기력하게 있기보단 기자처럼 집 안에서 새로운 일을 물색해보는 건 어떨까. 반복되는 하루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활동이라면 어느 것이든 좋다. 새로움은 당신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할 테니.
 

강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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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jriv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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