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1cm라 쓰고 욕심의 길이라 읽는다
48.1cm라 쓰고 욕심의 길이라 읽는다
  • 승인 2020.04.14 17:13
  • 호수 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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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이번 총선거는 이전 선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우선 가장 가시적인 차이점은 투표 방법 변화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낀 채 사람들과 1m 간격을 유지하며 투표를 진행한다. 코로나19로 투표율이 타격을 받을까 했던 우려와는 달리, 지난 10~11일 동안 진행된 사전 투표의 투표율은 역대 가장 높은 26.7%를 기록했다.

이번 총선은 작년 12월에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선거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됐다. 그간 성인의 전유물이었던 선거를 청소년도 함께 향유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선거가 가능한 만 18세 유권자는 약 54만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1.2%를 차지한다. 모쪼록 이번 변화를 통해 정치에서 청소년의 목소리가 전보다 더 반영되길 바란다.

서론이 길었다. 필자가 이번 총선에서 제일 말하고 싶은 부분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가운데 30석은 각 정당의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률(50%)을 적용한 뒤, 이후 남은 의석은 현행 제도처럼 병립형으로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나누는 것이다.

사표를 막고 소수 정당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패스트트랙 도입 등 20대 국회가 수많은 갈등을 거치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우리에게 남은 것은 48.1cm의 투표용지. 빛 좋은 개살구가 돼 버렸다.

거대 양당은 개정된 선거법 속에서 의석을 더 확보하고자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위성 정당을 설립했다. 또한 3% 득표율만으로도 국회 진출이 가능하게 돼 역대 최다, 35개의 정당이 비례선거에 참여했다. 1번이 아닌 3번으로 시작하는 투표용지. 50cm에 다다르는 길이. 기존 의도에 한참 벗어나 버린 지 오래다.

필자는 지난 11일, 사전 투표를 마쳤다. 대기 끝에 받은 투표용지는 필자의 상체만 했다. 비례 정당 난립으로 투표대 바닥보다 한참 튀어나온 용지를 앞에 두고 투표를 하려니 한숨이 나왔다. 48.1cm는 이번 선거가 자신의 잇속만 생각하는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선고한 욕심의 길이 같다.

그러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다시 천천히 풀어가면 된다. 내일 있을 본 선거에 꼭 투표하길 바란다. 행동 없이 변화를 기대할 순 없다. 앞으로 21대 국회가 더 나은 정치를 펼치도록 우리의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자.  <炯 >

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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