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당 한권씩, 모두 8권 — 도전, 고전!
학기 당 한권씩, 모두 8권 — 도전, 고전!
  • 김평호(커뮤니케이션) 교수
  • 승인 2020.04.14 17:19
  • 호수 14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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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평호(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책 읽자’라는 말은 바이러스 사태로 전 세계가 휘청대는 비상시국에 한가한 얘기인 듯도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왜? 모두가 모두에게 거리를 두어야 한단 말은 각자가 각자에게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럼 자기에게 충실한 최적의 방법은? 말할 나위 없이 책 읽기다. 그럼 무슨 책?

사실 책 읽기를 간곡하게 권하는 얘긴 작년 백묵처방에 쓴 바 있다. 인터넷에서 생각을 빌려오는 시대, 즉 공부하지 않는 시대에 스스로 역량을 갖추는 방법으로 독서를 권하는 얘기였다. 오늘은 그런 일반론이 아니라 무슨 책을 읽을까? 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가 늘 말로만 읽고, 실제는 읽지 않는 고전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1학년 때는 호머 일리아드 오딧세이, 플라톤 국가,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등, 2학년 때는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단테 신곡, 셰익스피어 희곡, 초서 켄터베리 이야기 등, 3학년 때는 데카르트 철학에 관한 성찰, 홉스 리바이어던, 루소 사회계약론, 스미스 국부론, 파스칼 팡세 등, 4학년 때는 헤겔 정신현상학, 마르크스 자본론, 니체 선악의 저편,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입문,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등.

어지럽다. 이름만 들어도 벌써 머리가 혼미해진다. 이미 눈치챈 분들도 있겠지만, 이건 미국 메릴랜드 주에 있는 세인트 존스 대학의 학부 세미나 도서 목록이다. 4년 동안 고전독서만 하다 졸업하는 듯한 학교. 물론 그렇진 않다. 여기서 말하는 독서란 수업방식이 자기 주도적이란 것에 더 초점이 있다. 책을 읽고 자기가 이해한 바를 가지고 선생과 학생이 서로에게 묻고 말하고, 따지고 목청을 높이는 과정, 그것이 공부의 핵심이다. 고전은 여기에서 학교가 정한 자기주도 학습의 매개체일 뿐이다.

그 학교에 다니고 졸업한 한 분이 책을 썼다. 그중에 이런 말이 있다.
 
“고전은 ‘읽는 책’이 아니라 ‘생각하는 책’, 아리스토텔레스 책을 한 번 속독하고 두 시간 토론하는 걸로 책을 읽었다 하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의 한 부분을 읽고, 두 시간 토론하는 것은 가능하다. 얼마나 치열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아주 좋은 토론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책 1장을 읽고 두 시간 생각해봤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왜 고전인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겠다. 우리가 다 알기 때문이다. 당연히 위의 리스트만이 고전은 아니다. 자기의 관심 분야, 전공 분야의 고전을 추천받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살짝 부끄럽지만,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위의 책들을 다 읽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 책들을 통달한 여러 벗들이 내게는 선생이다. 학기마다 1권씩, 8권으로 지혜의 성채를 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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