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대학문화상 소설 부문 심사평
제43회 대학문화상 소설 부문 심사평
  • 단대신문
  • 승인 2020.04.14 14:11
  • 호수 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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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이보현(문예창작·3) - 「세돋이 어드벤처」
가작 서가영(문예창작·3) - 「여름, 당신의 세계는」
심사위원 : 박덕규(소설가/문예창작) 교수, 최수웅(스토리텔러/문예창작) 교수

인간, 이야기의 출발점

이야기는 결국 인간에 대한 성찰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인간은 범박하게 두 부류로 나뉜다. 자신과 타인. 이 둘을 아우르지 못하면 이야기는 성립되지 못한다. 애당초 ‘인간(人間)’이란 말 자체가 서로 기댄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의미하지 않는가.

심사를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응모작들의 공통된 한계다. 상당수가 중심인물의 사정을 맥락 없이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야기가 작품이 되려면 우선 일정한 설득력과 완결성을 갖춰야 한다. 대단찮은 설명을 지리멸렬 이어간다고 작품이 완성되지 않는다. 안일하게 풀어내지 말고, 사유의 깊이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의견과 주장」,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주어진 타자를 통해 ‘나’를 새롭게 하기(평론)」). 무작정 분량을 늘리기보다, 압축적이고 선명한 구조를 만드는 훈련을 해야 한다(「삶과 무덤」, 「그저 침묵하는(희곡)」).

이러한 기본기를 갖춘 다음에야 비로소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남은 작품들의 수준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검은 화면은 나를 모른다」는 서사가 일방적이다. 화자는 자기주장만 반복할 뿐 상대 캐릭터의 상황을 전혀 살피지 않았다. 「초승달」은 그나마 귀를 열고 있지만, 설정이 평이하고 해결은 안일하다. 문제를 너무 손쉽게 해결하려 했다. 다양한 입장이 중첩되는 사회의 복잡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까닭이다.

타인에 대한 이해를 도모한 작품들이 끝까지 논의됐다. 「잔여물」은 다른 이의 사정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사후처리사’라는 직업을 통해 제시했다. 의미 있는 시도지만, 이런 직종은 기성 작품들에서 이미 반복돼 신선함이 부족하고, 등장인물들이 죽음에 집착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아쉬움이 컸다.

「여름, 당신의 세계는」은 단조로운 설정과 전개가 한계로 작용했다. 문제의식은 가볍지 않은데, 표현력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원석도 충분히 세공하지 않으면 보석이 되지 못한다. 익숙한 설정에 기대지 말고, 독창적인 구성과 문장을 찾아가기를 권한다.

마지막 작품 「세돋이 어드벤처」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세태를 풍자했으나, 현상만 나열했다.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 어느 쪽이라도 아쉽다. 앞의 경우라면 세상에 대한 관찰이 부족하고, 뒤의 경우라면 작가의 게으름이 크다. 하지만 가볍게 이어지는 서사의 속도감이 돋보이고, 좌충우돌 펼쳐진 사건들을 갈무리한 역량이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모든 작품이 한계를 가지지만,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여 대상과 가작을 선발했다. 인간이 혼자 살아갈 수 없듯, 이야기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니 좋은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인문학과 창작방법을 익혀야 한다. 인간을 관찰하고 소통하고 이해해야 한다. 자기 안에 갇히지 말고, 두려움을 이기고 나아가 타인과 마주해야 한다. 이것이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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