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기자의 대학 생활 중간점검
금 기자의 대학 생활 중간점검
  • 금유진 기자
  • 승인 2020.04.14 17:24
  • 호수 14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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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유진 취재부장

 

당연한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모든 학교는 오프라인 개학을 잠정 연기하고 국내 최초 온라인 개학을 시작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많은 나라가 강력한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사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나부터가 일주일의 거의 모든 시간을 집에서 보내며 단대신문에 들어온 지 2년 만에 처음으로 비대면 취재를 통해 기사를 작성하고 있으니 이는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본래 집순이 기질이 있던 나도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시작에 따라 비자발적 집순이가 됐다. 평소 취재와 학교 수업,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바쁜 시간에 허덕이던 내게도 예상치 못한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종잡을 수 없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할 때는 좋던 일도 강제성이 생기면 하기 싫은 일이 된다. 정해진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잠자는 일을 제외하면 큰 변화가 없다고 느껴지는 이 시기, 무료함과 무기력이 공존한다. 그러나 다소 여유로운 일상으로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 덕에 지금의 나를 점검하는 시간을 갖기에는 훌륭한 조건이 갖춰졌다.

첫째 나는 대학교 3학년이 됐다. 입학식 당일 눈 쌓인 길을 걸으며 앞으로 이곳에서 찬란한 나의 20대를 장식해 보자는 설렘을 품고 걸어가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학년이라니. 신입생 때 우러러보던 선배들의 학년을 갖게 된 지금, 어른 같았던 그들의 마음에도 나와 같은 두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흐른 시간과 비교해 남긴 것이 현저히 작게 느껴지는 순간은 야속하기까지 하다.

둘째 신문사의 취재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았다. 금유진 기자 앞에 생긴 취재부장이라는 직함. 나의 능력보다는 어느새 쌓인 연차가 선물해 준 자리인 것 같아 아직은 이 수식어가 내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감동적인 열정과 빛나는 아이디어로 가득 찬 후배 기자들과 무한한 애정으로 우리를 이끄는 편집장이 함께한다는 것에 힘입어 용기를 내본다. 매호마다 일주일의 시간을 고스란히 바쳐 기사를 만들며 크게 성장했다. 앞으로도 지금의 나를 만든 이곳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쏟아 보려 한다.

나의 일상을 바꾼 바이러스와 그로 인해 돌아본 학교생활에서의 변화. 이 두 가지의 공통점은 그 무엇도 장담할 수 없으며 쉽게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비관적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되 잘될 거라는 신념을 버리지 않는 합리적 낙관주의자의 태도를 갖는 것임을 안다.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내게 주어진 일을 해볼 생각이다. 작은 움직임이 분명 큰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는다.

진부할 정도로 만연한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말의 가치가 다시금 되새겨지길 바라며, 창문 밖 벚꽃을 온몸으로 맞을 수 있는 다음 봄날을 간절히 기대한다. 평범한 일상의 당연함이 다시 돌아오는 그 날을 만나기까지 감사함과 설렘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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