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알약, 연질캡슐이 효과가 빠른 이유
말랑말랑한 알약, 연질캡슐이 효과가 빠른 이유
  • 윤수진 약사
  • 승인 2020.04.14 18:11
  • 호수 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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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연질캡슐
출처-Pixabay
출처-Pixabay

 

여학생들이라면 많이 알고 있는 생리통약 ‘이지엔6’, ‘탁센이브’ 등은 연질캡슐이라는 형태로 돼 있는 소염진통제다. 연질캡슐이란 젤라틴을 원료로 해 내부에 액체로 된 내용물을 품고 있는 형태의 독특한 캡슐을 말한다. 영어로는soft elastic capsule이라 한다. 말 그대로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는 형태의 캡슐이다.

연질캡슐이 나오기 전에 대부분의 알약이라 함은 하얀색 혹은 여러 색상을 입힌 단단한 형태의 알약이나 단단한 형태의 캡슐 속에 가루가 들어 있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많이 알려진 ‘타이레놀’, ‘아스피린’ 등이 대부분 이에 속한다.

그렇다면 굳이 이렇게 연질캡슐로 약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약효를 좀 더 빨리 보고 싶은 욕망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약을 먹으면, 그 약이 제대로 약의 효과를 나타내기까지 빠르면 30분에서 2시간까지 걸린다. 약을 먹으면 식도를 통과해 위장에 도달한 약은 위산 등으로 약을 잘게 부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전문용어로 붕해라고 한다. 대부분의 알약은 녹말, 유당 등의 부형제와 실제 약효를 나타내는 성분을 섞어서 만드는데, 위에서 이런 성분들을 붕해하는 것이다.

위에서 약이 붕해되는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데, 약에 따라 편차가 크다. 특히 알약의 모양이 크다면 붕해 시간은 더더욱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붕해를 마친 약들은 약에 따라 위 혹은 장에서 흡수가 된다. 흡수된 약들은 혈액으로 들어가서 순환하면서 약효를 낸다. 결과적으로 볼 때 약이 흡수될 때까지 붕해 시간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빠른 약효의 핵심이 된다.

어린이들이 먹는 시럽들은 대부분 액체로 돼 있어서 붕해 과정이 최소한으로 된다. 다만 시럽들은 부피가 크고, 그 맛이 그대로 느껴지며, 심지어 설탕을 사용하기 때문에 당뇨병 등이 있는 경우 혈당 상승의 위험도 존재한다. 이에 액체를 알약처럼 작고 쉽게 액체 형태의 약을 먹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 연질캡슐이다.

젤라틴은 동물의 피부 혹은 힘줄이나 연골을 구성하는 단백질 성분이다. 약 10℃ 정도에서 굳는데, 굳은 젤라틴은 액체가 새지 않는다. 연질캡슐은 이런 젤라틴의 성질을 이용해 캡슐을 만든다. 보통 약에 사용하는 연질캡슐은 돼지와 소의 젤라틴을 이용하며, 액상으로 된 약을 연질캡슐 안에 넣어 굳혀 만들어낸다.

이렇게 하면 삼킨 연질캡슐은 위에서 젤라틴만 분해하면 되며, 바로 흡수가 가능한 상황이 된다. 이에 일부 회사들은 연질캡슐을 빠르게 6분 안에 작용한다는 홍보를 하기도 했지만, 실제는 이보다 더 걸린다. 그러나 일반적인 알약에 비해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은 상당히 단축된다. 같은 약임에도 약 모양 하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연질캡슐의 약효 발현 시간은 당연히 직접 주사하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리지만, 편리함 측면에서는 압도적이다. 이에 연질캡슐 제품은 더더욱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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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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