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위기가 혁신을 창조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위기가 혁신을 창조하다
  • 박예진 기자·임성훈 수습기자 정리=박수아 기자
  • 승인 2020.05.20 02:00
  • 호수 14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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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소비 트렌드 변화 : 코로나19
일러스트 박두진 기자
일러스트 박두진 기자

 

Prologue

지난 13일 오전 9, 코로나19의 누적 확진자가 420만 명을 넘기며 전 세계의 건강, 고용, 사회, 문화, 교육을 비롯한 동력 가능한 모든 산업 시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글로벌 경제 시장은 얼어붙었고 포스트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와 칼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도 국내외 경제 심리 위축에 대응한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우리들의 소비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실물 경제가 붕괴되다

코로나19큐코노미(Qconomy: 격리경제)’가 본격화되면서 실물 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큐코노미는 격리(Quarantine)와 경제(Economy)를 합성해 만든 신조어로, ‘소비자들이 외부와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활발한 소비 행위가 이뤄지지 않음을 의미하는 경제 용어다. 이 현상은 외부 활동에 대한 불안 심리가 증폭된 상태를 반영하기에 큐코노미 시대에는 정부가 돈을 풀어도 모든 공급이 소비 행위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 중 소비 위축의 직격타를 맞는 곳은 확진자 발생 근원지와 추가 확진자 동선에 위치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매장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실시한 소상공인 매출액 추이 15주차결과, 최근 서울·경기·인천·제주 및 일부 지역의 소상공인 매출 부진이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재확산 직후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 소비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이와 연결된 유통 서비스와 제조업에도 영향을 끼쳐, 고용 쇼크나 디플레이션(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 공포를 초래해 국가 경제를 더욱 마비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한테 뺨 맞고 명품에 눈 흘긴다

유명 명품 브랜드 샤넬이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 13,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은 개점 시간 전임에도 줄 선 사람들로 빼곡했다. 현재 전국 유명 백화점에는 개장 전부터 줄을 섰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가는 이른바 오픈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로 보인다. 보복소비는 외부요인에 의해 억눌렸던 소비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을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기존에 계획했던 여행, 취미 활동 등을 제한받게 되자 명품과 고급 아웃도어, 고가의 전자기기 같은 사치품의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연휴 동안 백화점 3사의 해외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23%p 상승을 기록했다. 유예진(간호·2) 씨는 뮤지컬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을 못 나가게 됐다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신형 스마트폰을 구매하게 됐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의 심리가 커지자 관련 업계들은 이러한 소비 행위를 겨냥한 명품 할인 행사를 통해 매출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복소비가 소비 양극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현대경제연구원 신유란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 그동안 내수 소비가 침체됐던 만큼 보복소비가 오히려 내수 회복의 물꼬를 트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며 보복소비가 지니는 양면성을 꼬집었다.

 

마주치지 않아도 다 되는 세상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언택트 소비가 등장했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반대를 뜻하는 언(un)을 붙인 신조어로, 언택트 소비란 소비자와 직원이 만날 필요가 없는 소비 패턴을 말한다.

언택트 소비가 늘면서 드라이브 스루(승차 구매)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외출이 줄어듦에 따라 온라인 쇼핑이나 배달이 보편화되면서 이커머스 업체와 배달업체가 성장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지난 131일부터 24일까지 총 주문 수는 744만 건으로, 그로부터 4주 전인 13~7일까지 총 주문 수 692건 대비 약 8%p 증가했다. 이처럼 대면 접촉을 하지 않는 언택트 소비로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변화해 온라인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

사람이 있던 자리에는 기계가 들어서고 있다. 이는 감염 우려가 적은 이른바 방역 맞춤형기술체제로의 전환이다. 이로 인해 대면 서비스 분야의 생산이 줄면서 관련 업계의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지만,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관련 인력의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와 기업들은 이러한 수요 변화에 대응해 노동력의 효율적인 재분배 및 새로운 수요에 걸맞은 인재 양성에 투자해야 한다.

한편 급속도로 진행되는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편함을 느끼는 디지털 소외현상도 나타났다. 특히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 노년층들이 이러한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표한 ‘2019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 보고서를 보면 60대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73.6%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신 선임연구원은 이들에 대한 교육 시스템 확충을 통해 디지털 소외 계층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pilogue

예고도 없이 찾아온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강타하며 우리의 일상을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명품 매장에 줄을 서서 구매하고, 노년층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배달 음식을 시키는 진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며 코로나19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선사한 것이다.

위기는 혁신을 낳고 혁신은 미래를 바꾼다. 눈 깜짝할 새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자 관련 업계들은 소비 트렌드의 구조적인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가 대한민국 경제에 절망과 혁신 중 어떤 패를 가져올까. 모든 것은 온전히 우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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