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발판인가 희생의 꼬리표인가
성장의 발판인가 희생의 꼬리표인가
  • 박예진 기자
  • 승인 2020.05.20 02:00
  • 호수 14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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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데이터 3법

● [View 1] 금융위원회 직원 A씨 
지난 1월, 국회가 본회의에서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비식별화 처리된 개인정보를 과학·산업적 연구 및 통계의 목적이나 공익적 기록 보존 목적에 한해 주체의 동의 없이 활용될 수 있게 됐다. 나와 동료들은 이번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데이터 산업의 흐름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데이터 3법의 장점은 단순히 가명 처리된 개인의 정보를 이용해 데이터 가공 거래나 신용 등급 평가에 사용할 수 있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기관과 통신사, 병원에 흩어져 있는 개인 신용 정보를 모아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데이터(MyData)’ 사업을 통해 본인의 진료 정보를 건강관리 업체와 공유하거나 건강 데이터와 금융 데이터를 연계해 본인에게 맞는 보험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또한 이런 정보가 AI(인공지능)나 IoT(사물 인터넷)와 융합된다면 다양한 신(新)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데이터 산업의 활성화는 고용 측면에서도 환대받고 있다. 데이터 브로커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과 판매를 담당하는 새로운 직업을 출현시키고 고객 자료가 부족한 스타트업 기업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데이터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중요한 대들보와도 같다. 빅테이터와 AI 등 신산업에서 데이터 활용에 법적, 제도적 근거가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데이터 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View 2] 시민단체 변호사 B씨
데이터 3법이 통과되자 금융, 의료 업계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와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코로나19 대응 등 각종 사회 문제 해결에도 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민생법안’이라는 명목하에 논의된 이 법은 진정으로 민의를 위한 것일까.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기업들이 어떻게 이윤을 취하는지와 암호화된 데이터의 안전성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국민의 정보주권을 침해받을 수 있기에 그저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데이터 3법의 규율 대상과 가명정보의 범위가 모호하다. 가명 조치의 정도와 비식별 정보(정보의 주체를 확신할 수 없도록 조치한 개인정보)의 판단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이때 제3자가 나에 대한 추가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재식별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데이터 3법 찬성론자들이 강조하는 ‘가명 처리된 정보’는 기업 간 정보를 결합하면 얼마든지 개인을 특정할 수 있다는 허점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국가에서 인정한 전문기관을 통해 가명정보를 결합한다고 하더라도 결합을 요구하는 업체에서 이를 과학적, 통계적 목적으로 이용하는지에 대한 검증 절차를 밟지 않기 때문에 사용 목적이 불분명해질 수도 있다. 겉으로는 4차 산업 혁명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기업의 윤리와 국가 경제에만 도움이 될 뿐 시민들의 정보 인권에는 더 이상의 방패막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가 내년부터 3년간 진행될 개인정보 보호 추진 방향과 핵심과제를 담은 제4차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최근 개정된 데이터 3법의 내용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안전한 디지털 신뢰사회 구현과 자율·협력 기반의 개인정보 보호 역량 강화에 중점을 뒀다.
결합전문기관에서 처리될 결합정보를 다루는 기준도 상향될 예정이다. 정부의 후속 조치와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만큼 가명정보 오·남용으로부터 정보주체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데이터 3법의 총괄기관이 될 개보위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위원회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한 채로 데이터 활용 분야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를 갖춘 전문가를 곳곳에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달 29일, 데이터 3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된 세부사항을 논의해 가명정보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보다 세밀한 개인정보 보호 규정과 신사업서비스에 대한 법적 기준 마련하기 위해서다. 세계의 트렌드에 발 맞춰나가기 위한 출발선에 선 지금, 기업들이 모호한 법망을 교묘히 이용해 엉뚱한 피해자를 만들지 못하도록 효과적인 체계를 구축하는데 발 빠르게 나서야 할 것이다.

박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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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llionaire00@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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