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은 그대를 위해 울린다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린다
  • 송정림 작가
  • 승인 2020.05.20 02:00
  • 호수 14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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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저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 저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 누구도 외로운 섬은 아니며 그 누구도 혼자서는 완전하지 못하다. 사람은 누구나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한 부분, 그 한 조각의 땅덩이가 파도에 씻기면 씻긴 만큼 유럽은 작아진다. 마치 갑(岬)이 작아지듯이 마치 그대 자신이나 그대 친구들의 농장이 작아지듯이. 그 누구의 죽음은 나를 죽임과 같다. 나 또한 인류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러니 묻지 말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느냐고.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다.”


1937년, 스페인 내란이 일어나자 미국의 대학교수인 로버트 조던은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협곡 사이의 철교 폭파 임무를 맡게 된다. 그는 산속에서 활약하고 있던 유격대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여기서 청순하고 아름다운 마리아를 만난다. 


유격대의 도움으로 철교 폭파 작전이 진행되는 사이, 마리아와 조던의 사랑도 깊어 간다. “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다면, 내가 두 사람 몫만큼 사랑하겠어요.” 이렇게 말하는 마리아에게 조던은 마드리드 이야기를 한다. 마드리드에 함께 가 호텔에서 위스키도 마시고, 옷도 사고, 사랑도 나누고 싶다고. 


철교 폭파 작전은 성공으로 끝난다. 적의 선두 전차가 철교에 도착했을 때 철교는 두 동강으로 끊어지고 전차는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진 것. 그러나 적의 맹렬한 반격 때문에 많은 인명 손실을 본다. 살아남은 것은 조단, 피라르와 게릴라인 파블로, 그리고 마리아와 몇몇 방랑자뿐. 
내일 일을 알 수 없는 위험한 그때, 조던과 마리아는 마드리드에서 결혼을 하고 살아갈 행복한 날들을 꿈꾼다. 조던은 고백한다. “우리들이 싸워서 지켜온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처럼 당신을 사랑해. 자유와 존엄, 모든 사람이 일할 권리, 굶지 않을 권리를 사랑한 것처럼 당신을 사랑해. 우리가 지켜낸 마드리드를 사랑하는 것처럼. 죽어간 나의 동지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듯이 당신을 사랑해. 그 이상으로 당신을 사랑해.”


그러나 그녀와 함께 있는 지금을 붙들고 싶은 그의 소망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조단은 적의 포탄에 맞아 다리에 중상을 입고 만다. 그는 탈출을 포기하고 마리아를 보내기로 결심한다. “잘 들어. 이제 우리 마드리드에는 갈 수가 없게 됐어. 하지만 난 당신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뒤따라가겠어.” 마리아를 말에 태운 동지는 가죽 채찍으로 말을 후려치고 마리아를 태운 말이 빠르게 달리기 시작한다. 조단은 가물가물해져 가는 의식을 붙잡고 기관총을 든다. 산 밑으로 까맣게 몰려오는 적들이 마리아를, 그리고 동지들을 쫓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음에 있는 두 가지. 신념과 사랑. 지저분한 전쟁이 터지고 살육이 일어나고 사랑을 갈라놓게 하고 욕망과 뒷거래가 들끓고 질시와 증오와 음모가 있는 세계, 그런 곳이라고 해도 세계는 훌륭하다는 신념, 그러니 그것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신념. 그 신념보다 더 높은 사랑. 현재의 시간을 붙들고 싶어지는 사랑, 미래를 꿈꾸게 하는 사랑, 운명이 갈라놓는다 해도 언제나 함께 하는 사랑. 그 두 가지만 마음에 존재한다면 지금 들리는 종소리는 누구를 위해 울리는지 묻지 않아도 된다. 종은 언제나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니까.

송정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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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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