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는 사진의 힘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는 사진의 힘
  • 권소영 기자
  • 승인 2020.05.20 01:58
  • 호수 14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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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홍산(25) 씨

 

<Prologue> 
죽음이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떠올리면, 대부분 두려움과 막연함을 느낄 것이다. 왜 우리는 인생의 끝맺음 앞에선 담담할 수 없는 것일까. 눈물과 위로 없이 웃음과 이야기로 가득 찬 장례식장은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죽음으로 가는 길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 되길 바란다는 발상의 전환을 작품으로 표출하는 사진작가 홍산(25). 죽음에 관해 부담 없이 말할 수 있을 때 삶의 온전한 주인이 된다는 그를 망원역 근처 카페에서 만나봤다.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사진을 찍는 홍산이라고 한다. 

 

▶ 사진작가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사진은 취미로 시작했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까 돈을 버는 수단이 됐다.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기뻤으나 점점 사진에 대한 고충이 커지는 것 같아 싫었다. 따라서 평일에는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 사진 작업을 하면서 일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 사진 작업을 할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가.
소수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삶 자체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세상에는 가시화되지 못한 소수자들이 많다. 청소노동자, 성 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으로 관심받지 못한 사람들을 끌어올리고, 그들에게 이름을 줄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 영정사진이나 나체 작업도 그런 생각의 일환이다. 궁극적으로 소수자 인권을 신장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어떤 방법으로든 인권 운동을 하고자 한다. 
 

▶ ‘홍산’하면 ‘영정사진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청년 영정사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나는 반복적인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내가 다닌 대학교는 수업을 시작하고 마칠 때마다 종이 친다. 종이 치고 어디론가 움직이는데 유체이탈된 것처럼 몸에 대한 자각이 힘들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이런 일상의 반복에서 ‘내가 과연 제대로 사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어 삶의 주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다. 그러다 문득 ‘내가 당장 내일도 죽을 수 있으니 돈이나 시간 때문에 주저했던 모든 일을 지금부터 하나씩 시작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삶으로부터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청년 영정사진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 프로젝트가 청년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과분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많은 관심만큼 비판도 많다. 내가 했던 인터뷰 관련 댓글들을 보면 ‘어린 게 뭘 안다고’라는 댓글들이 간혹 있다. 이렇게 죽음에 대해 폐쇄적인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50살이든 20살이든 5살이든 언제 죽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누구나 자유롭게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본다. 청년 영정사진 프로젝트를 통해 장례를 긍정적인 분위기로 만들도록 더욱 노력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영정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닌 사진작가 홍산으로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더 큰 이야기를 담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 영정사진을 찍는 일은 반복되는 일상 같은 ‘삶의 권태’를 끊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 본인은 그러한 삶을 살고 있는가.
현실의 벽 때문에 여전히 예전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죽음’에 대해 생각을 확립한 이후로 인생의 방향성이 잡혔다. 인생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도 잘못된 것이 아닌 걸 알기에, 거대한 나무의 열매보다 깊은 뿌리에 주목해 사소한 것이라도 올바른 가치판단을 하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변화라고 느낀다.

 

▶ 사진작가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함과 즐거움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손님들이 좋아할 때 항상 즐겁다. 

 

▶ 반대로 힘들거나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는지. 
서비스에 대한 고통보다는 나에 대한 발전이 없을 때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이 남을 때 제일 힘들다. 
 

▶ 앞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필름 카메라 작업 등 많은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그중 가장 즐거웠던 작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진 작업은 다 재밌는데 최근에 했던 단체 나체 작업이 가장 즐거웠다. 모델이 아닌 사람들과 작업을 진행했는데 매번 미디어에서 보던 정답이 있는 포즈가 아니라서 선과 표정이 재밌었다. 나체 작업은 사진작가와 모델 모두 나체 상태에서 이뤄진다. 특히 스스로가 직접 모델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내 몸에 대해 별생각 없이 평범하게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카메라 앞에 나체로 서니 부끄러웠다.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체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부끄러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더 가치 있게 느껴졌다. 

 

▶ 나체 작업이 갖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존의 나체 작업은 이상적인 나체를 보여주는 것들이 많았다. 주로 광고 목적이나 모델의 멋진 몸을 보여주기 위해 촬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이나 회사원은 그런 몸을 만들기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체 작업은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이미지만 존재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저렇게 생기지 않은 몸은 드러내면 안 되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어 이후 다양한 나체의 전시를 적극적으로 펼칠 것을 결심했다. 그래야 비로소 본인을 사랑할 수 있을 테니. 이것이 나체 작업이 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 본인에게 사진이란.
사진은 나에게 차선책이 없는 유일한 것이다. 사진은 영원히 내 삶의 탈출구였으면 한다. 앞으로도지치지 않고 사진을 계속 찍어나가고 싶다.


▶ [공/통/질/문]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이 있다면 무엇인가.
무너지지 않는 자기 철학이다. 

 

▶ 끝으로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진로에 대해 너무 깊게 고민하지 마라. 어차피 원하는대로 안 풀린다. 사람이 한 가지 일만 하면서 살 순 없다. 아직도 나는 방황 중이다. 대학생 때는 선명하고 구체적인 미래를 정해두고 그에 맞춰 살기를 원했으나 점점 부질없다고 느껴진다. 스펙트럼을 넓게 봤으면 좋겠다. 나는 공대를 나왔지만, 광고회사와 사진작가 일을 병행하고 있고, 지금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 자체가 한 가지만 보고 살아왔다면 가능할 수 없는 일들인 것 같다. 삶은 길고 꿈꾸는 모습은 현실적이기에, 자신의 길을 제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pilogue>
흰 도화지에 자신의 꿈을 색으로 표현해보자. 몇 가지 색이 존재하는가. 좋아하는 색으로만 가득 채우는 것도 좋지만, 알록달록 무지개색으로 꾸며진 도화지도 아름다워 보인다. 기자는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이 많은 호기심 가득한 아이였다. 그러나 고등학교 진학 후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정해진 꿈을 강요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상적인 꿈’에 갇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어떤 것인지 생각하지도 않고 달려온 건 아니었을까. 
사진작가 홍산 씨의 말처럼 삶은 길고 꿈꾸는 모습은 현실적이기에, 지금부터 기자는 무모한 도전일지라도 실행하고 무엇이든 꿈꿀 것이다. 저마다의 흰 도화지에 다양한 색이 가득찰 때까지, 꿈꾸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권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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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oyou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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