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주먹밥,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씬스틸러
오월의 주먹밥,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씬스틸러
  • 추헌지 수습기자
  • 승인 2020.05.20 01:58
  • 호수 14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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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폭탄 참치마요 주먹밥

조리 순서
1. 즉석밥과 참치, 마요네즈, 조미김, 참기름, 소금, 후추를 준비한다. 깨도 있으면 좋다.
2. 참치 캔 속 기름을 뺀 후, 마요네즈와 섞어준다.
   즉석밥을 1분 30초 데운다.
3. 데워진 밥 위에 참기름을 뿌리고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
4. 밑간 된 밥을 손에 올려 작은 홈을 만든 후 참치마요를 넣고 동그랗게 뭉쳐준다.
5. 조미김을 봉지에 넣고 부순 뒤 완성된 주먹밥을 넣고 흔든다.
TIP. 얼큰한 국물 라면과 함께 먹으면 환상의 조합 완성!

▲일러스트 심예지 수습기자

올해로 5·18 민주화 운동이 40주년을 맞았다. 그렇기에 광주에 직접 방문해 민주화 운동의 투쟁 정신을 느끼며 현지 음식들을 맛보고 싶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모두 물거품이 됐다. 기다리던 광주행이 취소되자 5·18 민주화 운동을 나만의 방법으로 기념하기 위해 광주 대표 음식인 주먹밥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먹었던 주먹밥은 노점상 아주머니들이 시위대의 안전을 기원하고 격려하기 위해 빵과 우유, 김밥 등과 함께 나눠주던 대동 정신이 담긴 음식이다. 감염병으로 인해 국가 비상사태인 요즘. 오늘 만들 주먹밥은 국민의 대동 정신이 또 한 번 빛을 발해야 할 현 시국에 굉장히 의미 있을 것 같았다.


주먹밥 안에 넣을 속 재료를 정하기 위해 냉장고를 열자 참치 캔과 스팸, 청양고추, 마요네즈가 눈에 들어왔다. 매콤한 것도 좋아하는 편이라 청양고추도 함께 가져와 흐르는 물에 윤기 나게 씻었다. 참치에 기름을 완전히 빼준 뒤에는 썰어놓은 청양고추와 마요네즈를 듬뿍 넣어줬다. 그러자 고소한 냄새가 집안 전체에 풍기기 시작했다. 참지 못하고 한 입 맛봤을 땐 참치와 마요네즈의 짭짤하고 고소한 맛과 청양고추의 매콤함이 훅 들어왔다. 주먹밥이 완성됐을 때의 맛이 더욱 궁금해지는 한 입이었다.


그때, 차갑게 텅 비어있는 밥통을 발견했다. 제일 중요한 밥을 까먹은 것에 헛웃음이 나왔지만 주저하지 않고 집 앞 편의점으로 달려가 즉석밥 하나를 사 왔다. 1분 30초 정도 데운 따끈따끈한 밥에 참기름을 뿌리고 소금, 후추 간을 한 후, 깨도 조금 넣어 밑간을 해줬다. 그리고 위생장갑을 낀 채 장갑에 물을 살짝 묻혀 밥알이 붙지 않게 해준 뒤, 본격적으로 주먹밥 만들기에 돌입했다. 밥을 동그랗게 만들어 가운데 홈을 내주고 만들어 뒀던 참치마요를 넣어준 뒤 다시 밥을 덮어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줬다. 즉석밥 하나로 주먹밥 두 개를 만드니 양이 딱 적당했다.


마지막으로 식탁 위를 둘러보자, 조미김이 보였다. 조미김은 참치마요 주먹밥에 감칠맛을 더해주기 아주 좋은 재료였다. 일회용 봉지에 김을 넣고 주물러 부순 후, 완성된 주먹밥을 넣어 밥 전체에 김이 골고루 묻도록 열심히 흔들었다. 그러자 겉이 폭탄처럼 까맣게 코딩된 듯한 폭탄 참치마요 주먹밥의 모습이 됐다. 주먹밥만 먹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 순간, 양은냄비에 끓인 얼큰한 라면이 떠올라 곧장 양은냄비에 물을 올렸다.

라면 국물 한 입. 그리고 폭탄 참치마요 주먹밥 한 입, 얼큰한 국물에 불타는 혀를 고소한 참치마요가 진압하는 듯했다. 라면을 안 먹었으면 아쉬웠을 정도로 라면과 폭탄 참치마요 주먹밥과의 조합은 최고였다. 마무리로 시원한 사이다 한잔을 먹고 나니 배가 제법 든든했다.


광주에 직접 가지 못한 아쉬움이 있던 찰나, 주먹밥을 만들어 먹으니 마치 광주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5·18 민주화 운동 때 시위대가 주먹밥을 먹고 힘을 얻은 것처럼 코로나19와 많은 과제 더미에 지쳐있는 나에게  큰 힘이 됐다.

 

한 줄 평
올해가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인 만큼, 오늘 집에서 만들어 먹은 주먹밥은 평소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5·18 운동가들에게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었고 내년 5월 18일에도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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