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혐오 찾기
숨겨진 혐오 찾기
  • 승인 2020.05.20 01:58
  • 호수 1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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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 점차 줄어드는 확진자 수와 함께 연이은 지역 감염 미발생 소식에 기쁨이 찾아오기도 잠시,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여럿 발생했다. 다행히도 이태원발 감염자 수는 현재 감소 추세여서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방역망 통제범위 안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편 긍정적인 방역 흐름과 달리, 이태원발 확진자로 시름이 깊어져 가는 집단이 있다. 바로 성소수자들이다. 확진자 동선에 이태원 성소수자 클럽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기성 언론들은 너도나도 ‘게이 클럽’이라는 자극적인 키워드로 헤드라인을 달았다. 방역에 불필요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감염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시행 중인 확진자 동선 공개는 특정 집단의 비판과 혐오의 장이 됐다.

◇ 우리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도 ‘확진자의 부주의를 탓하는 것이 아닌 동성애 자체에 대한 비난을 멈춰달라’는 글이 인기 게시글로 올라갔다. 분위기가 과열된 것 같다고 공감하는 댓글이 있는 반면, 성소수자 비하 단어를 사용하며 작성자를 조롱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우리와 바로 맞닿아 있는 커뮤니티에도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를 직접 마주하게 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 필자 역시 확진자의 클럽 방문 사실까지 옹호하진 않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사람이 집단으로 모이는 곳에 방문한 점은 변명의 여지 없이 잘못됐다. 다만, 본인이 감염의 공포를 무기로 혐오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가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서울시에서 지난달 24일 이후 이태원 및 논현동을 방문한 사람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 시 익명 검사를 무료로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표하자,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결과는 그동안 성소수자의 사회적 낙인을 향한 두려움을 의미하기도 한다.

◇ 지난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이했다.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정신질환 부문 중 동성애를 삭제했다. 이에 역사적인 변화를 기념하기 위해 해당 날짜를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로 제정했다. 세계인권선언 제2조(모든 사람에게는 여타의 견해, 신분과 같은 모든 유형의 차별로부터 벗어나서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에 명시돼있듯, 우리 모두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동안 감염 공포를 이유로 혐오를 숨기고 있었다면, 당장 꺼내어 버리길 바란다.<炯 >

 

 

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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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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