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망해버린 온라인 중간고사, 후회를 담다
② 망해버린 온라인 중간고사, 후회를 담다
  • 천미르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20 01:57
  • 호수 14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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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가 어떻게 흘러간 것일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중간고사는 끝나버리고 말았다. 분명 나는 시험 기간 동안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가며, 친구와 함께 카페에 밤새도록 앉아 공부하는 걸 상상했는데. 강의실에 앉아 시험지를 받아 들고, 문제를 풀고 나의 의견을 서술하는 걸 꿈꿔왔는데. 현실은 자취방 모니터 앞에서 멍하니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
이번 학기도 A+ 는 물 건너간 것일까.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딴짓만 하던 나의 과거가 참 후회스럽다.

 

Youngblood - 5 Seconds Of Summer

오늘의 첫 번째 곡은 2011년 결성된 호주의 밴드 일명 ‘5SOS'의 곡이다. ‘공부는 안 할 거냐’는 말들로 나를 꾸짖는 내면의 목소리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시험을 망쳐버렸다는 자책과 화 때문에 떨리는 입술과 같은 기타의 사운드와 쿵쾅거리며 뛰는 심장을 표현한 듯한 드럼과 베이스의 사운드가 돋보인다. 한편으론 다음 학기에는 좋은 성적을 받고 말겠다는 의지로 보이기도 한다. 벌스(Verse)의 마이너 코드 진행은 패배감에 분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다가, 코러스로 넘어오면서 참아오던 울분에 소리치는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갑작스러운 온라인 중간고사로 인해 기대하던 만큼 시험을 잘 치지 못해 자책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공감이 될만한 곡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Dazed & Confused - Ruel

아직도 뭐가 어떻게 지나간 건지, 시험 제출은 제대로 된 건지, 혹시나 답변 제출이 누락되지는 않은 건지. 생전 처음 겪어보는 이 상황에 얼떨떨한 모습을 표현한 듯한 곡 ‘Dazed & Confused'이 2번째 추천곡이다. 잔잔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가 공존하는 이 곡은 마치 시험은 끝났는데 제대로 끝난 것 같은 느낌 없이 뭔가 후련하지도 않고, 찜찜한 기분이 든다. 특히 스타카토로 연주되는 현악기의 사운드와 잘게 연주되는 드럼 비트. 그리고 짧은 스트로크로 연주되는 기타까지 뭔가 어리둥절한 표정이 떠오르게 만든다. 처음 겪어보는 현재 상황에서 치러진 중간고사가 아직 실감도 나질 않고, 시험을 잘 친 건지도 모르겠는 우리를 대변해주는 곡이 아닐까.

Keep Lying - Donna Missal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제출해버리고 끝난 온라인 중간고사.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일함에 시험공부를 미루고 또 미루면서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지만, 자기 합리화에 빠져서 스스로 계속 거짓말을 해버린 결말. 베이스와 기타로 시작되는 음울한 분위기가 곡이 진행될수록 격정적으로 치닫는 흐름은 시험을 망쳐버린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의 모습 변화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자신을 스스로 속이던 자에게 다가오는 불행한 결말을 보여주는 듯 울부짖는 듯한 보컬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피아노의 사운드. 3번째 곡, 도나 미살의 ‘Keep Lying'이었다.

Falling - Trevor Daniel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분명히 이것보다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이미 떠나버린 기회를 다시 잡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일까. 일말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분위기를 베이스 사운드에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기타, 그리고 무심하게 뱉어내는 보컬까지 모두 후회 가득한 느낌을 뿜어낸다. 신인 아티스트 트레버 다니엘의 3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곡으로, 그 안에 후회 가득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무기력한 느낌을 압축해 잘 표현했다. 자책과 후회의 시간을 지나 무엇인가 해탈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시험이 끝난 후 멍한 기분에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곡이다.

when the party's over - Billie Eilish

망해버린 이번 학기, 잘 가 나의 학점. 그저 중간고사만 쳤을 뿐인데도, 편안한 마음으로 기분 좋게 시작했던 이번 학기가 허무하게 끝나버린 느낌. 시험 점수를 확인할 용기조차 생기지 않고, 학교 사이트에 접속하고 싶은 기분도 들지 않는 요즘. 마이너 코드의 피아노 연주에 맞추어 속삭이듯 부르는 빌리 아일리시의 보컬에서 왠지 모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곡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이번에 운이 나빴던 것일 뿐이라고 토닥여주는 것처럼 들린다. 보컬과 백그라운드 코러스, 피아노, 일렉트릭 베이스 사운드만으로 공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이미 물 건너간 이번 학점을 추모해준다는 느낌까지 드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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