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을 놈들
뽑을 놈들
  • 신인준(영어·2)
  • 승인 2020.05.20 01:57
  • 호수 14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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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그날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뉴스를 본 적은 없었다. 내 인생 첫 번째의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선거를 눈에 담아왔지만 직접 도장을 찍은 첫 경험이었기에 나에겐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선거일 전날 나는 내 형이 던진 질문의 답을 찾고 있었다. “동생아, 투표장에 안 가는 사람이 있고 투표장에 가서 기권표를 찍는 사람이 있어. 둘의 차이점이 뭘까?” 형은 결과가 아닌 과정을 생각한다면 조금 더 좋은 답을 내릴 수 있을 거라 말했다. 그 순간, 나는 나의 결과론적인 태도에 창피함을 느끼게 됐다. “왜 그들이 굳이 투표장까지 발걸음을 했는가.”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것이 그 이유였다. 투표장에 도달하고 기권을 한 건 정말 참된 인물이 없다는 것을 정치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그들만의 시위 방식이 아니었을까?

선거는 시민들의 가장 강렬한 의사표시라고 생각한다. 투표장에 가고도 기권표를 과감히 던진 그들에겐 분명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목소리가 담겨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부모님, 주변 사람들이 선거철이 되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뽑을 놈들이 없어 이 나라에는.” 나라를 살리겠다고 다짐을 하며 선거에 나오는 수많은 정치인이 어떻게 국민에게 ‘뽑을 놈들’로 폄하가 되는 것일까.

이러한 우리 사회현상의 원인에는 대한민국 정치계에서 만연한 진영논리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본다. 같은 정당 안에서는 다 똑같아 보이며 다 똑같은 말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바꿔보겠다는 포부로 정치판에 등장한 그들 각각에게는 자신의 소신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의 보호를 원하기에, 자신을 향한 공격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솔직해지지 못한다. 한국 사회는 이러한 그들을 더이상 믿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속된 정당의 입장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많은 정치인이 선거장에 얼굴을 보인다면 확실히 국민도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한국 정치를 바라봐줄 것이다. ‘뽑을 놈들’이 아닌 ‘뽑을 놈’이 나오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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