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에 비춰본 세상
동전에 비춰본 세상
  • 이서연 기자
  • 승인 2020.05.20 01:57
  • 호수 14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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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는 동전처럼 사물이나 사람, 상황도 양면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잘 찾아보면 일상에서 이 말이 떠오르는 상황이 꽤 많이 존재한다.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면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 혹은 어떤 일이 모두에게 좋거나 좋지 않은 일은 아니라는 것.


기자에게는 본지 12면 취재차 방문한 제주도가 동전의 양면 같았다. 스스로 뒤집어보지 않는다면 그 대상의 보이는 면만 보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흔히 알려진 관광 명소의 제주도가 아닌, 그 이면에 숨겨진 제주도의 그늘을 일반 여행자가 찾아보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알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찾아보지 않은 것이었다.


방문에 앞서 제주도를 취재해보자는 결심에 따라 도내의 상황을 조사해봤다. 난개발을 비롯한 환경 문제와 제2공항 갈등이 주를 이뤘고 일자리 문제에 이어지는 청년 인구 유출, 투자이민제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내용도 보였다. 이 네 가지가 제주도에서 주로 대두되는 문제로, 미디어에서 보던 모습과는 다른 제주도를 접할 수 있었다.


이에 제주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관광객이 아닌, 기자의 시각으로 제주도의 다양한 모습을 파헤쳐보고자 했다. 동문시장에서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객이 많이 줄어들어 상인들에게 요즘 상황에 관해 묻는 것은 조심스러웠다. 제주도청 앞 천막의 사람들이 다양한 자료를 보여주며, 사라질 제주도의 모습에 관해 이야기할 때 또한 자연 보호를 위한 그들의 노력에 왠지 숙연해졌다.


취재를 마치고 제주도를 떠나기 전, 공항에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다 업무로 인해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는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제주도에서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환경 문제는 물론 생활 측면까지 이야기해줬다.


기자가 제주도에 단순히 관광객으로 방문했다면 이 모습들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시장 상인들과 자연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천막촌 사람들, 그리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들려주는 제주도 이야기.


동전을 평평한 곳에 놓고 계속 보면 보이는 면만 닳는다. 관심 있는 한 분야만 파고들다 보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겠지만 그 이외에는 문외한이 될지도 모른다. 놓인 동전을 뒤집어 반대쪽 면도 봐줘야 하는 이유, 어쩌면 문·이과 통합과 ‘융합형 인재’라는 단어가 등장한 이유 모두 이 때문은 아닐까. 김포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자는 앞으로의 학보사 생활 동안 다양한 기사를 작성하게 될 것이다. 그 순간마다 보이는 면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면에도 집중할 수 있길. 그 결과 늘 양면을 확인해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기사를 작성할 수 있길 바라본다.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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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_seol@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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