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갑질 공화국
대한민국은 갑질 공화국
  • 금유진 기자·임재욱 수습기자 정리=권소영 기자
  • 승인 2020.05.26 23:08
  • 호수 147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끊이지 않는 갑질 논란, 한국은 언제부터 갑질 공화국이 됐나

 

<Prologue>
지난 10일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갑질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기업 고위 간부의 횡포나 군내 폭언·폭행으로 대표됐던 ‘갑질 사건’ 재발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랜 기간 갑질에서 비롯된 안타까운 사건이 이어지며 대한민국은 ‘갑질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갑질 공화국이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갑질하는 행태가 만연한 대한민국 사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대한민국은 어쩌다 갑질 공화국으로 불리며 갑질에 ‘문화’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됐을까. 이번에는 뿌리 깊은 우리 사회의 갑질 문화와 그 해결법을 살펴봤다.

 갑질, 어디서 왔니? 
‘갑질’이란, ‘갑(甲)’에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들어진 신조어다. 갑질의 탄생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선 먼저 ‘갑을(甲乙)’의 유래부터 파악해야  한다. 갑을의 어원은 법률 용어에서 파생됐다. 계약상 불특정한 주체를 나열할 때 십간(十干)을 순서대로 사용하면서 생긴 말이다. “A(이하 갑이라 칭함)는 B(이하 을이라 칭함)에게···. 한다”라는 문장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계약서의 모든 이들을 순서대로 ‘갑’과 ‘을’로 지칭해 작성한 대표적 문장이다. 그러나 계약을 하다 보면 불공평한 상황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일방적인 거래 거절 혹은 부당 거래를 강제하는 행위 등의 경우를 말한다. 이런 불공정한 관계가 결국 지금의 갑을 관계로 변질한 것이다. 현재 갑을은 단순 거래 관계뿐만 아니라 사장과 직원,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과 같은 상하 종속관계로 확대됐다. 
 

 갑질, 어디까지 당해봤니?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갑질 문화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4.3%는 갑질 횡포를 당해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갑질을 행사한 인물은 직장 상사(31.7%)와 고용주(26.5%), 가장 많이 경험해 본 갑질로는 무례한 행동(54.7%)을 꼽았다. 또한 필요 없는 일(45.3%)을 시키고 막말 및 인격 모독 발언(39.6%)을 하는 등 갑의 횡포를 경험한 적 있다고  말했다. 무언의 압박이나 눈치, 야근 시간 외의 업무를 요구하는 행패도 공공연했다. 갑질을 당해본 설문자가 절반 이상임을 보여주는 수치는 한국 사회에서 ‘갑질’이 일상적인 행위임을 알 수 있다. 


 한국적 갑질 문화 
한국에서 ‘갑질’은 재벌들의 전유물이 아닌 광범위한 사회 현상이다. 영남대 허창덕(사회학) 교수는 “계급 사회에서 형성된 문화가 존속돼 지금의 사회 현상으로 이어졌다”며 한국의 갑질 문화의 원인을 언급했다. 또한 외국과 우리나라의 갑질 문화 차이점을 묻는 말에 “미국은 차별 또는 문화적인 것들을 교육적 측면에서 노력해왔지만, 우리는 대학 입시의 초점을 맞춰 행동하는 생활양식이 갑질 문화의 흔적으로 남았다”고 답했다. 
학번에 따라 선배들의 모든 명령에 따라야 하는 일명 ‘대학 똥 군기’. 대학 내 군기 문제는 다수의 학교에서 지금까지도 일어나고 있을 갑질 문화의 일종이다. 대학생도 갑질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허 교수는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대학 생활에서 선배와 후배 간의 폭력, 교수 학생 문화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며 “대학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통한 사람에 대한 기본적 인 인식을 새롭게 하는 동시에 내면화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갑질 문화, 퇴치 방법은? 
여전히 남아있는 갑질 문화를 해결하고자 제도적 차원에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표적인 갑질 문화 퇴치법 3가지를 꼽아봤다. 

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직장 내에서 ‘가르침’을 목적으로 ‘괴롭힘’을 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고용노동부가 이를 방지하고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경우 회사는 해당 사안을 즉시 조사하고 피해 직원의 희망에 따라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 만약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했음을 이유로 불이익 처우를 내릴 때는 최대 3천만 원의 벌금형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감정노동자 보호법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일명 ‘감정노동’이라고 불리는 서비스직의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폭언, 성희롱, 폭행 등을 당했을 때 보호 조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고객에게서 피해를 본 직원이 있으면 해당 고객으로부터 분리하고 업무를 중단해야 하며, 피해직원에 대한 치료와 상담을 지원해야 한다. 직원이 피해를 봤음에도 규정된 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직원에게 불이익을 준 사업주에게는 최대 1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③ 표준근로계약서 부분 수정
2013년부터는 일반 근로자와 연소 근로자(18세 미만인 자), 외국인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한 표준근로계약서에서 ‘갑’과 ‘을’의 단어를 삭제하도록 했다. ‘갑’이란 단어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지자 결정한 사안이다. 문제의 근본부터 바로잡고자 한 것이다. 


<Epilogue> 
갑질의 발생 흐름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도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갑질을 없애기 위해 가장 중요한 노력은 바로 개인 차원의 노력이다. 우리 모두 때로는 갑이, 때로는 을이 될 가능성이 있고 모든 사람이 이 같은 입장을 공유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맹자는 출이반이(出爾反爾)라고 말했다. ‘자신에게서 나온 것은 자신에게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권위에 취해 악한 행위를 일삼는 갑질 문화가 종식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