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 밥, 고민하지 말고 일단 볶자
라면과 밥, 고민하지 말고 일단 볶자
  • 권소영 기자
  • 승인 2020.05.26 23:15
  • 호수 14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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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면 볶음밥

 

조리 순서
1. 컵라면을 뜯어 비닐 팩에 면과 수프를 넣고 잘게 부순다. 
2. 부순 라면을 다시 컵라면 용기에 넣고 물을 부어 면을 불린다. (찬물도 가능)
3. 즉석밥을 데움과 동시에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걀을 풀어 볶아 준다.
4. 잘 볶아진 달걀에 즉석밥과 컵라면을 넣고 흡수될 때까지 볶으면 완성. 
TIP. 볶음밥 위에 달걀프라이나 치즈를 올려주면 라면 볶음밥 맛이 2배!

일러스트 심예지 수습기자
일러스트 심예지 수습기자

배달음식도 이제 지겹다. 월세가 아까워 내려간 자취방에선 낭만적인 생활 대신 씁쓸한 현실만 존재했다. 자취생의 브이로그를 보며 ‘직접 요리를 만들어 먹는 일은 참 멋진 일이야’라고 생각만 할 뿐, 주위는 온통 쌓여가는 배달음식 그릇으로 가득하다. 자취란 원래 이런 것인가. 쏟아지는 회의감을 극복하고자 오늘만큼은 자취방에 들어온 첫날의 마음가짐으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봤다. 무엇을 만들까 찾아보던 중 한 먹방 유튜버의 ‘라면 볶음밥’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보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 집에도 있는 재료만으로 저렇게 근사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니. 상상만 하던 자취생활을 이루기 위해 바로 요리를 시작했다.

재료는 컵라면, 즉석밥, 달걀로 간단하다. 기호에 따라 대파, 새우 등 여러 재료를 추가할 수 있지만, 자취생에게 잘 썰어진 대파와 값비싼 새우란 사치다. 오로지 단 3가지 재료로만 승부 본다. 라면 볶음밥의 장점은 컵라면 종류에 따라 언제든지 원하는 맛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김치맛 컵라면으로 김치라면 볶음밥을 만들어 봤다. 

먼저 컵라면을 비닐 팩에 넣어 잘게 부순 후 찬물을 붓는다. 라면을 조리하는데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찬물로도 가능하다니. 생각보다 편리한 조리과정 덕분에 메뉴 선정의 흐뭇함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프라이팬을 꺼내 기름을 두르니 제법 요리하는 느낌이 나  기분이 좋았다. 달궈진 프라이팬에 달걀을 볶아주니 노릇한 냄새가 솔솔 났다. 요리에 흥을 더해보고자 요즘 푹 빠진 트로트를 틀어 배경음악 삼았다. 달걀에 이어 밥과 라면을 함께 볶으니 제법 볶음밥 형태가 나왔다. 볶음밥의 지글지글한 소리가 트로트 노래와 어울려 방안을 가득 채웠다. 

드디어 라면 볶음밥이 완성됐다. 평소였으면 프라이팬 통째로 볶음밥을 퍼먹었을 테지만, 오랜만에 예쁜 그릇을 꺼내 볶음밥을 담았다. 그런데 예쁜 그릇에 담았음에도 뭔가 2% 부족한 이 느낌은 뭘까. 고민 끝에 달걀 하나를 더 꺼내 들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다시 두르고 달걀프라이를 굽기 시작했다. 완성된 달걀프라이를 볶음밥 위에 올리니 비로소 완벽한 자태가 완성됐다. 

먹기에 앞서 시간을 확인하니 요리를 시작한 지 단 7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렇게 완벽한 한 끼 식사를 만드는 데 단 7분이라니. 뿌듯함과 함께 한입을 가득 볶음밥을 퍼먹었다. 고슬고슬한 밥과 맵싸한 맛이 느껴져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그때 냉장고에 묵혀둔 바나나우유가 생각나 빨대를 꽂아 마셨다. 달달한 바나나 향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줬다. 이어 달걀프라이의 노른자를 터뜨려 볶음밥에 비볐다. 이거다! 노른자에 코팅된 볶음밥은 매콤한 맛을 중화시키고 고소한 맛을 증대시킨다. 더불어 중간에 눌어붙은 밥은 뽀빠이 속 별사탕의 존재와 같달까. 행복이 두 배가 되는 기분이다. 

내일이면 다시 배달 앱을 들어가 밥을 주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괜찮다. 오늘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만족스러운 식사였기 때문이다. 설거지는 내일로 미뤄두고 오늘은 기분 좋은 배부름만 남겨둔 채 잠들어야겠다. 

한 줄 평
라면과 밥. 평소였으면 질려서 쳐다보지도 않았을 음식들이다. 그런 재료들로 새로운 볶음밥을 탄생시키다니. 다음엔 짜장 볶음밥 도전이다!

▲ 반숙 달걀프라이가 올라간 라면 볶음밥
▲ 반숙 달걀프라이가 올라간 라면 볶음밥

 

권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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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oyou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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