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 악을 이긴다
선이 악을 이긴다
  • 송정림 작가
  • 승인 2020.05.26 16:33
  • 호수 14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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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

지킬 박사의 친한 친구이며 변호사인 어터슨은 하이드라는 사람에 대한 악소문을 듣는다. 악행을 저지른 하이드가 지킬 박사의 집으로 들어가더라는 것. 어터슨은 친구인 지킬박사가 맡긴 유언장을 꺼내본다. “의학박사, 법학박사, 영국 학사원 회원인 헨리 지킬이 죽을 경우, 그의 전재산은 모두 그의 친구이며 은인인 에드워드 하이드의 것이 된다.” 지킬 박사가 하이드라는 자에게 어떤 약점을 잡힌 것은 아닌지, 과연 하이드의 정체는 무엇인지 어터슨은 궁금해진다. 


1년 후, 런던을 뒤흔든 잔인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국회의원이 살해된 사건이었다. 하이드가 범인임이 밝혀지고, 경찰은 하이드의 인상을 적은 지명 수배 전단을 만든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하이드의 가족은 한 사람도 없었고, 그의 사진 한 장 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킬의 하인이 어터슨을 찾아와 말한다. “아무래도 실험실에서 피비린내 나는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터슨은 하인을 따라 지킬의 집에 들어선다. 하인은 아무래도 지킬 박사가 살해되고 그 실험실 안에는 지킬을 살해한 범인이 있는 것 같다며 두려워한다. “지난 일주일 내내 박사님 모습은커녕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문이 열린 적도 한번 없었습니다. 식사도 문 옆에 놓아두면 아무도 안 볼 때 살짝 안으로 가져가는 겁니다.” 하인은 주인이 살해된 것이 틀림없다며 그 살인자는 하이드인 것 같다고 한다.


어터슨은 지킬 박사의 문 앞으로 가서 지킬을 부른다. 그런데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지킬의 것이 아니라 하이드의 것이었다. “어터슨. 제발 부탁이니 돌아가줘.” 어터슨은 하인들과 함께 실험실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실험실 안에는 램프가 켜져 있고 불꽃이 일렁이는 난로 위에 주전자의 물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 방 한 가운데에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져있는 사람은 바로 하이드였다. 그는 지킬박사의 옷을 입고 있었다. 


모든 사실을 알고 보니 악마 하이드는 바로, 학식 높고 도덕심이 강한 지킬 박사! 그는 오랜 연구 끝에 선과 악을 분리하는 약품을 개발했다. 하지만 그 약은 악의 성질만 분리시키는 반쪽짜리였다. 그렇게 지킬 박사는 자기가 발명한 약을 먹고 하이드가 돼 악행을 저지르다가, 다시 약을 먹고 지킬 박사가 됐다가 두 인물로 살아왔다. 


선을 상징하는 지킬 박사, 악을 상징하는 하이드. 내 안에도 역시 두 인물은 함께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완벽한 선만 있는 자도 완전하게 악만 들어있는 사람도 없다. 누구나 선과 악, 위선과 양심, 겸양과 교만 사이에서 갈등하며 살아간다. 하물며 어떤 때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그 구별조차 헷갈린다. 


악에서 멀어지고 선에게 가깝게 하는 요소, 바로 부끄러움이 아닐까. 선을 지킨다는 것은 내 안에 부끄러움이 있다는 것이다. 부끄러움은 곧 나에게 내가 드는 회초리다. 부끄러움이 유죄인지 무죄인지 판결하는 일, 내 마음에 판사의 권한을 부여하는 일을 수시로 가져봐야겠다. 결국 가장 두려운 적은 나 자신이니까.

송정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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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jriv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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