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앞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꿈 앞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 강혜주 기자
  • 승인 2020.05.26 23:07
  • 호수 14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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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포뮬러 대표 여에스더(56)

Prologue
기자는 의사라는 직업이 갖는 이미지가 딱딱하고 형식적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여에스더를 접하기 전까진. 이들 부부가 함께 등장해 서로 한마디라도 더하기 위해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절로 웃음을 자아냈다. 방송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는 꾸밈없는 모습이 참 정감 있게 느껴졌다. 과장되지만 밉지 않은 행동과 말투로 자신의 지식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모습이 매력적인 여에스더. 예방의학 박사이자 연 매출 500억의 사업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그를 지난 2월 도곡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예방의학 박사 여에스더다. 요즘은 에스더포뮬러 대표이사 여에스더라고 더 많이 불린다.

▶ 다양한 방송 출연 이력을 자랑한다. 처음 방송에 출연했던 계기는 무엇인가.
남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내 남편은 우리나라 최초의 의학 전문 기자로 방송에 종종 출연하고는 했는데, 그러다 보니 방송에 연이 닿았다. 처음 출연했던 방송은 ‘임성훈과 함께’라는 생방송 프로그램이었는데 전혀 떨리지 않아 ‘내가 생방송 체질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환자 한분 한분을 성심성의껏 진료했던 경험이 자신감이 됐다. 

▶ 여러 방송과 커뮤니티에서 매력적인 모습으로 인기가 많다. 각종 의학전문 방송인과 차별되는 본인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솔직함이다. 주변에서도 방송과 평소 모습이 다르지 않고 진실한 모습이 매력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 현재 유튜브 개인 채널을 운영하며 소통하고 있다. 유튜브와 방송 출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공중파 방송에 나가면 작가, PD 등 그분들 기획에 맞는 말을 해야 하기도 하고, 내가 했던 말이 편집을 거쳐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방송되기도 한다. 그에 반해 유튜브는 개인 방송이기 때문에 가감 없이 발언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이 편하고 나와 잘 맞는다.

▶ 방송, 유튜브 등에서 부부동반 활동이 잦다. 공과 사 구분에 어려움은 없나.
공과 사 구분이 안 되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다. 매일 매 순간을 함께하는데 하는 일도 겹치니 서로를 평가할 때도 있다. 이렇게 가끔 위기도 있지만 서로 존중하는 사이로 지내고 있다.

▶ 병원 폐업 후, 현재는 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가로 전향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병원 운영 당시 초진 환자 진료에 40분, 재진 환자는 20분이 소요되니 돈을 벌기 힘들어 폐업을 결정했다. 이후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데, 기존에 기능 의학을 깊이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진료를 보면 종종 검진 결과는 정상인데, 몸의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었다. 의과대학에서 인턴, 레지던트, 의학박사, 전문의, 전임 교수까지 하면서 방대한 내용을 공부했는데도 그런 환자를 고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환자의 신체 기능을 증진해 건강한 몸을 만드는 기능 의학을 독학했다. 나와 주변 사람에게 적용했더니 효과가 있었고 우연한 기회를 통해 사업으로 연결했다.

▶ 국내 기능 의학 분야의 개척자로 소개되기도 한다. 어떤 활동을 했나.
내가 기능 의학을 공부할 당시만 해도 이는 우리나라에 없던 분야다. 이에 전문의 제도가 없으니 직접 시험을 만들고 자격증을 부여했다. 지식 연마 후엔 학회에서 학술 의사로 활동하며 다른 의사에게 지식 전달을 위해 힘썼다. 덕분에 현재는 수천 명의 의사가 기능 의학을 공부하고 있다.

▶ 의학과 경영은 꽤 다른 분야로 보인다. 회사 경영 중 가장 어려운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올해로 에스더포뮬러 창립 12년 차인데 지금껏 한 번도 은행에서 대출받은 적이 없다. 경영을 배운 적은 없지만, 태생적으로 숫자의 흐름에 눈이 밝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힘든 일은 사람 관리다. 창사 초기에 함께했던 직원들이 떠나는 게 가슴 아팠고 때때로 회사 운영을 위해 조직 관리를 하는 게 더 어렵다.

▶ 한 방송에서 우울증 사실을 고백했다. 이를 고백하게 된 이유와 공개 이후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방송은 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자극적인 걸 원하기 때문에, 언급은 하되 그 원인은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가감 없이 방송에 나갔고, 굉장히 상처를 받았다. 의사로서 내가 우울증이 있고, 이를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자세한 이유까지 공공연히 밝혀 힘든 시간을 보냈다. 물론 이를 공개함으로써 대외적으로는 늘 밝은 모습인 내게도 우울증이 있단 사실이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전한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많은 현대인이 스스로 우울증임을 알면서도 사회적 시선의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미루곤 한다. 이들에게 한마디 건넨다면.
우울증은 고혈압, 당뇨 등과 똑같은 병이다. 그 체질을 타고난 거고, 어떠한 사건이 이를 악화 시켜 병이 되는 것이다. 정신 질병도 신체 질병과 다를 바가 없다. 우울증을 앓고 있단 이유로 죄의식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운동과 치료, 식단 조절을 병행하면 우울증도 치료될 수 있다.

▶ 대학교수, 의사, 저술가, 방송인, CEO 그리고 유튜버까지. 본인을 소개할 때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표현이 무엇인가.
예전에는 의학박사라는 말이 가장 듣기 좋았고 CEO라는 말을 정말 싫어했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사업 아이템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련을 겪어야만 한다. 그래서 사업가를 존경하게 됐고, 요즘엔 CEO라고 불리는 게 제일 좋다.

▶ 자신을 한 단어로 축약한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를 30년 이상 봐온 교수님께서 내게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이란 말을 해주셨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뜻이다.

▶ [ 공/통/질/문 ]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00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이다. 늘 말로는 쉬고 싶다고 하지만 인생에서 쉬어본 건 출산 후 4주 산후조리가 전부다. 물론 지금은 잘 지내고 있지만 언젠가 만약, 나이가 들어 자식들이 독립하고 남편에게 자유를 주면 내게 남는 유일한 것은 일이기 때문에 평생 일과 함께하고 싶다.

▶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라. 아직 충분히 젊은 나이다. 나는 30대 후반에 사업을 시작했고 쉰 직전에 CEO가 됐다. 20대는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고 세상이 변했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로도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 그런 분야를 찾았으면 좋겠다.

 

 

Epilogue
기자의 질문에 신이 난 듯 대답하는 그의 표정에서 그가 자신의 직업을 진정 사랑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의사부터 사업가, 유튜버까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개척하는 자신감이 감명 깊었다. 물론 그도 처음부터 개척자는 아니었다. 성적에 맞춰 대학을 진학했지만 이후 앞에 놓인 선택지 중 제일 좋아하는 것을 골라 들었을 때 비로소 자신만의 길이 시작됐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망설였던 일이 있다면 바로 오늘,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오늘은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날 중 가장 젊은 날일 테니.

강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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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jriv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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