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예능의 변천사 알아보자!
놀면 뭐하니? 예능의 변천사 알아보자!
  • 노효정 기자·정찬우 수습기자 정리=이서연 기자
  • 승인 2020.06.03 00:13
  • 호수 14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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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예능 시점: 예능과 사회
일러스트 박두진 기자
일러스트 박두진 기자

“<미스터트롯>이 대한민국 사회를 반영하고 있었다고?” 예능 프로그램(이하 예능)이란 연예와 오락, 음악 따위로 내용을 구성해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하 프로)을 말한다. 그중 <미스터트롯>은 경쟁 방식을 도입한 음악 예능으로, 리서치 전문 업체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발표한 2020년 2~4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과연 그 인기의 원천은 어디서 왔을까? 얼핏 가벼워 보이는 예능이 사실 사회 전반을 반영해 우리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면 믿겠는가. 이에 예능과 사회의 연결고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예능의 역사 편
우리나라에서 방영된 예능 형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2000년 전후에는 코미디 관련 프로가 주로 방영됐다. 1997년 외환 위기로 인해 주춤하던 코미디 프로가 <개그콘서트>의 인기로 인해 부활한 것이다. 하지만 곧 해외 예능 포맷의 유입으로 리얼리티 프로가 등장했고 2000년대 중반, <X맨>과 같은 리얼리티 프로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여기에 발전된 기술까지 힘입어 촬영 장소가 스튜디오에서 야외 중심으로 변했고 <무한도전>, <1박 2일> 등 버라이어티 프로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에는 <슈퍼스타 K>와 같은 서바이벌 프로가, 최근에는 다양한 관찰 예능이 등장하며 예능계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가족 및 육아와 관련된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 체험을 기반으로 한 <진짜 사나이>를 필두로, 연예인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와 <미운우리새끼>가 큰 인기를 끈 것이 그 예다. 오늘날에는 관찰 예능이라는 하나의 형식에 여러 소재를 접목해 파생된 예능이 주목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능의 포맷이 꾸준히 변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능과 사회의 연결고리 편
그 시대에 유행하는 예능은 사회적 분위기, 시청자 선호, 유행의 변화와 같은 요소에 의해 달라진다. 우리 대학 김평호(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사회·문화적 현상은 시대 및 사회 분위기와 관계가 있다”며 “예능도 저널리즘처럼 사회심리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그 시대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 예시로 “트로트 프로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나듯 레트로 현상의 한 부류”이며 “먹방(먹는 방송)은 소득향상으로 인한 생활의 여유와 삶의 질에 관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세련되고 멋진 음식문화를 즐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예능, 리얼 버라이어티 편
과거 인기 있던 프로가 기억나는가. 바로 <무한도전>, <1박 2일> 등 ‘버라이어티 프로’다. 이 포맷은 정해진 각본과 형식 없이 실제상황으로 구성되는 ‘리얼함’과 출연자 간 허물이 존재하지 않는 ‘친근함’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1인 가구의 비율이 낮아 가족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프로가 인기였다. 그렇기에 출연자들이 정해진 임무를 함께 수행하는 모습이나 그들의 입담과 재치가 가족과 함께 TV를 보는 시청자에게 큰 재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타 방송에서 보지 못한 연예인들의 가식 없는 모습과 그에 걸맞은 자유로운 자막 또한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웃음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종영된 프로임에도 <무한도전>을 지금까지 시청한다는 유효신(법학·1) 씨는 “정해진 각본 없이 능동적인 출연자들의 행동이 재미의 요소인 것 같다”며 “<무한도전>이 버라이어티 프로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예능, 서바이벌 편
우리가 살아가는 경쟁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프로도 있다. 바로 기존의 리얼리티 프로에 경연이나 오디션 형식을 도입해 오락성을 부각한 ‘서바이벌 프로’다. 오디션 프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참가자가 일반인에서 연습생과 데뷔했던 가수로, 다루는 음악의 장르는 뉴트로 열풍이 불면서 대중가요에서 트로트까지 확장됐다. 또한 가수가 다른 가수의 노래를 편곡해 부르는 <나는 가수다>와 참가자가 얼굴을 가리고 노래를 부르는 <복면가왕> 등 단순 경연 프로로도 제작되며 현재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김 교수는 오디션 프로가 “신자유주의와 개인의 역량 강화가 중요한 덕목이 된 시대와 그런 노력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열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누군가 탈락해야 하는 생존 경쟁의 이야기와 출연자의 색다른 모습이 시청자의 공감을 유발하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더불어 문자 투표 등을 통해 시청자의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이 우리나라에서 활성화된 팬덤 문화와 결부되며 서바이벌 프로를 예능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게 했다. <미스터트롯>을 재밌게 봤다는 최유정(식량생명공·1) 씨는 “부모님께서 시청하시는 것을 우연히 함께 보다가 그 매력에 빠졌다”며 “프로를 통해 출연자들의 여러 가지 면모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능, 관찰형 편
최근 왕관을 거머쥔 포맷은 ‘관찰형 예능’이다. 관찰형 예능은 시청자들을 관찰자의 입장에 놓은 채 인물의 일상을 보여준다. 이는 인물의 일상에 리얼함과 요리, 토크 등의 소재를 모두 첨가해 앞선 예능들보다도 시청자들과의 정서적 거리 및 친근감을 높이고 화제성을 내세운다.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인물의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의 공감을 확보했고 <전지적 참견 시점>은 일반인과 공인의 경계 속에서 평범함이라는 공통점을 뽑아내 시청자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렇듯 사람들과의 교류가 줄어든 때, 누군가의 일상을 지켜보며 공감할 수 있는 예능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위로하기에 충분한 콘셉트가 된 것이다. 평소 <나 혼자 산다>를 즐겨 본다는 전유진(일본·3) 씨는 “연예인의 평범한 일상을 보며 동질감을 느끼고 공감했다”며 “관찰형 예능이 심리적 거리를 좁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친 하루의 끝에서 우리는 TV 속 이야기를 통해 위안을 얻곤 한다. 나와 같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발버둥 치는 누군가, 혼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어떤 이. 그런 존재를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우리 삶을 반영하고 있는 예능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지만, 예능은 또다시 그 변화를 조명할 테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는 그들에게 위로받으며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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