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모두가 B 부담 없이 T 톺아보는 ‘I’ 
M 모두가 B 부담 없이 T 톺아보는 ‘I’ 
  • 박예진 기자·이슬희 수습기자 정리=강혜주 기자  
  • 승인 2020.06.03 00:05
  • 호수 14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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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가지로 나눈 다양한 인간형

Prologue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혈액형이나 별자리를 묻는 시대는 지났다. “MBTI 유형이 뭐예요?” 이 한 마디면 상황종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 다양한 SNS에서는 관련 콘텐츠들이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며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조합된 4가지 알파벳으로 본인의 성격 유형을 알려주는 MBTI. 사실상 유사 과학에 불과한 이 검사가 어떻게 이들을 이토록 열광하게 만든 것일까? 

일러스트 박두진 기자
일러스트 박두진 기자

 

MBTI, 그것이 알고 싶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란 개인의 특성 파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심리검사다. MBTI 전문 연구기관 ‘어세스타 심리검사센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성격이 확실히 드러나기 때문에 본인의 성격과 비교하며 즐기기 좋은 검사”라고 표현했다. 그 이유는 MBTI 검사가 유형별 사고방식과 상황별 감정 및 행동, 어울리는 직업군 등을 심도 있게 연구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 네 가지의 대비 유형에 따라 네 개의 알파벳이 조합돼 총 16가지의 성격 유형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 형은 에너지 발산 방식의 차이인 E(외향형)와 I(내향형)다. 두 번째로는 공감 능력에서 대비되는 F(감정형)와 T(사고형)가 있으며 세 번째로 정보 인식 관점에서 차이를 보이는 S(감각형)와 N(직관형)가 있다. 마지막으로 계획성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J(판단형)와 P(인식형)는 체계성, 융통성도 반영한다.

 

 Z세대는 왜 MBTI에 열광하는가 
최근 일어난 MBTI 열풍의 주역인 Z세대는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층을 칭하는 단어로 Y세대의 (1980~90년대 출생자) 뒤를 잇는다. 박주하, 「Z세대의 패션 유튜브 소비에 대한 연구(2019)」에 따르면 Z세대는 공통 관심사 및 취향을 중심으로 쉽게 집단을 형성하고, 또 쉽게 흩어지는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개인적인 내용을 타인에게 공유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다.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했을 때 드러내고 결집하길 좋아하는 Z세대에게 MBTI는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할 때 소비하기 적절한 수단이다. 실제로 검사 자체가 유행이라기보단 본인이 해당하는 유형을 알고, 이를 가상의 갈등 상황에 대입해 문제 해결을 궁리하거나 상황별 대처를 주변인과 비교하는 문화가 더 중심인 것이다. 검사는 그런 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준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 관심도의 방증인지, 최근에는 MBTI 관련 유튜브 콘텐츠 소비도 급격히 증가했음을 체감할 수 있다. 또한 ‘카카오톡’이나 ‘트위터’에 자신의 MBTI 유형을 검색하면 수많은 소모임 목록이 등장한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이런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MBTI로 바라본 멀티 페르소나 
한편, MBTI는 개인의 상황별 태도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멀티 페르소나와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도 선정된 ‘멀티 페르소나’는 상황에 맞게 여러 가면을 바꿔 쓴다는 의미다. 원래는 연극에서 사용되던 단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의 외적 다중 자아가 주요 개념으로 자리하며 키워드로 떠올랐다.


SNS를 예로 들면, 트위터나 인스타, 페이스북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말투와 메신저에서 개인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말투가 각각 다른 모습을 띤다는 것이다. 게다가 플랫폼별로 다른 어투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는 여러 상황마다 대처하는 방식이 다르다. 


멀티 페르소나의 문제는 다중 자아가 심화됨에 따라 개인의 단일 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MBTI 결과를 통해 본인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성찰하고 보완한다면 단일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학업, 인간관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개선하고자 MBTI 검사를 접한 김동욱(전자전기공·1) 씨는 “장단점을 분석해 개선점을 제시하고, 진로 방향 설정에 도움이 돼 좋았다”고 말했다.


 과몰입 금지! 재미로만 즐겨요 
사실 인간의 성격이란, 하나의 문장이나 단어로 정의할 수 없으며 주변 관계와 처한 환경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더불어 MBTI 검사는 ‘본인이 생각하는 나’를 기준으로 판별되기 때문에 그 결과가 완벽하게 객관적이라 말할 수도 없다. “네가 ISTJ라고? 의외인걸”이라는 반응을 본 적 있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즉, 16가지 유형으로 전 세계 70억 인구의 성격 유형을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한 MBTI가 아무리 고도화된 연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성격 유형 검사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을 개인적인 특성으로 여기며 신뢰하게 된다는 ‘바넘 효과’를 피해갈 수 없다. MBTI가 일반적이고 모호한 검사임에도 검사자 스스로가 이 결과를 재해석하고, 과거 자신의 경험 중 하나와 연계해 그 결과가 믿을 만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 대학 대학생활상담센터 정미희 전문상담원은 “MBTI로 성격, 행동, 심리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을 주거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면서도 “이 검사 자체가 사람들의 성격을 몇 가지 유형에 국한해 일반화하기 위한 것이므로 과학적이라고 정의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Epilogue

21세기,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풍토가 과열되며 자기 PR(Public Relation)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돼버린 현 사회에서는 남들과 다르게 창의적이고 독특한, 그 자체로 자극적인 개성에만 주목하고 있다. ‘꾸며낸 나’에 가려진 ‘진짜 나’를 찾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차별화가 아닌 동질감에 초점을 맞춘 MBTI는 자신과 유사한 것을 타인과 함께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들에게 자그만 호흡기가 돼 준다. ‘개성 넘치는 나’를 내세울 필요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유사 과학에 불과한 MBTI를 너무 맹신해서는 안 된다. 대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본인의 날 것 그대로를 음미하자. 나다운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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