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비로소 빛난다
미쳐야 비로소 빛난다
  • 권소영 기자
  • 승인 2020.06.03 00:31
  • 호수 14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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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자석

 

‘-광(狂)’, 열광적으로 한 분야에 정신을 쏟는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기자는 살면서 자신을 표현할 때 어떤 명사 뒤에 ‘-광’이라는 접미사를 붙여 사용한 적이 없다. 이 말은 즉, 무엇인가에 미쳐본 적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많은 물건과 사람이 기자의 손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의 ‘광’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 슬프게 다가온다.

지난 2월, 기자는 본지 12면의 취재를 위해 팬덤 문화 탐방을 다녀왔다. 기자는 팬덤 문화 속에서 여러 명의 ‘광’을 만날 수 있었다. ‘아이돌광’, ‘굿즈광’,  ‘카메라광’ 등. 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 부단히 움직이고 있었다. 특히 방송국에서 ‘카메라광’을 만난 후 남다른 감회를 느꼈다. 여기서 ‘카메라광’은 흔히들 이야기하는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를 의미하며 가수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은 가수를 보기 위해 몇 시간에 걸친 대기는 물론 사다리 위에 서 있는 아찔한 위험까지도 감수해낸다. 쉴 틈 없이 들리는 셔터 소리와 바쁜 발걸음에서 연예인을 향한 그들의 강한 열정이 돋보였다.

기자가 지금까지 ‘광’이 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열정’의 차이였다. ‘광’이 될 수 있는지는 열정의 깊이에서 판가름이 난다. 무언가 열정적으로 끝까지 도전했을 때 비로소 ‘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취재가 끝난 뒤 지금껏 가장 진심으로 임해온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러자 기자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단대신문 기자 생활이라는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가장 해로운 벌레는 대충(蟲)’이라는 말이 신문사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모든 기자가 신문에 대해 열정적이다. 신문이 완성될 때까지 수없이 보고 또 보는 확인 작업을 이어간다. 마침내 신문이 완성되면, 피드백의 시간을 거쳐 보다 나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준비한다. 이 모든 과정이 ‘열정’ 없이 이뤄질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다 보면 독자를 위해 오늘도 밤새 기사를 쓰고 수정하는 단대신문에 자연스레 자부심이 느껴진다. 문득 작년 9월, 수습기자 지원 당시 게시판에 붙어있던 포스터가 떠오른다. ‘그대의 열정을 단국의 역사로’라는 문구가 크게 쓰인 포스터. 진정 기자는 단대신문 생활을 통해 열정을 배웠고 결국 ‘신문광’이라는 영광의 결과를 얻었다.

수습기자부터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실감이 나지 않으나 눈떠보니 7번의 신문을 발행했고 어느새 정기자로 성장하게 됐다. 매 순간 ‘힘들다’는 말이 뒤따랐지만 ‘그래도 행복하다’라는 말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열정을 느끼고 ‘광’이 된 만큼 앞으로 미치도록 더 열심히 하고 싶다. 그리고 미칠 광(狂)이 빛날 광(光)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더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먼 훗날 대학 생활을 추억했을 때 빛나는 신문으로 가득 찰 날을 고대하며 다시 한번 힘을 내본다.

 

권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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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oyou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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