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같은 약? 그 이름은 복제약이어라
다른 듯 같은 약? 그 이름은 복제약이어라
  • 윤수진 약사
  • 승인 2020.06.03 17:33
  • 호수 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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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복제약
▲ 출처-Pixabay
▲ 출처-Pixabay

 

언젠가 약을 먹고 너무 잘 들어서 같은 약을 사러 약국에 갔을 때, 해당 브랜드 약은 없지만 동일 성분의 약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국내에 존재하는 제약회사만 해도 100곳이 넘고, 각각 회사마다 가지고 있는 제품들이 다양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치료제들 역시 많은 제약회사에서 만들기 때문에 동일한 성분의 약들을 여러 곳에서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탁센연질캡슐’이라는 약을 보면, 그 성분은 나프록센(소염진통제) 250mg을 함유한 말랑말랑한 알약이다. 그런데 이와 동일한 성분의 말랑말랑한 연질캡슐로 제품을 허가받은 회사만 37개, 현재 국내 유통되고 있는 제품만 해도 수십 가지다. 즉 ‘녹십자의 탁센연질캡슐’과 ‘대웅제약의 이지엔6스트롱연질캡슐’, ‘신일제약의 나쎈연질캡슐’은 사실상 동일한 약이다.

심한 경우 동일한 약제에 대해 70~80개 회사에서 만들기도 한다. 이럴 경우 전에 먹었던 그 약을 똑같은 포장으로 찾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다양한 회사에서 똑같은 약을 만들어내는 걸까?

의약품이 처음 개발돼 시중에 유통이 시작될 때에는 처음 개발한 회사에 유통 독점권을 일정 기간 동안 준다. 의약품의 개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므로, 이에 대한 수익 보전을 위한 기간을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독점 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여러 회사가 동일한 약, 즉 복제약을 만들어 경쟁하게 해 건강 필수재인 의약품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치솟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다. 물론 의약품의 생산과 품질 관리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적합해야만 한다.

각 약국에서는 약국의 규모와 상황에 따라 거래 제약사 혹은 도매상을 선정하고 운영하는데, 이때 30가지가 넘는 나프록센 연질캡슐 약제를 모두 구비할 수 없다. 즉 약국 사정에 맞는 회사의 제품으로 1~2개씩 구비하기 때문에 다른 약국에서 샀다고 하는 바로 그 약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동일한 성분과 함량, 효능이 같은 약을 제안받게 되는 것이다.

복제약은 가짜 약이 아니며, 성분과 함량, 그리고 효능이 동일한 약을 의미한다. 복제약이라 하면 무언가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 수 있어 최근에는 제네릭(generic) 의약품이라 부르기도 한다. 어찌 됐든 복제약이 존재하기에 의약품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방지해 더욱 많은 사람이 의약품으로 질병 치료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은 고려하면 감사할 일이 아닐까?

복제약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하는 일반의약품은 물론, 처방전에 따르는 전문의약품 역시 많이 존재한다. 한국의 경우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복제약 즉 제네릭 의약품 사용을 장려하고 있으며 가격 역시 통제하고 있다. 더욱 많은 사람이 질병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복제약, 어쩌면 상당히 멋진 녀석이 아닐까?

윤수진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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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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