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면 되는 거 해라!
안 되면 되는 거 해라!
  • 승인 2020.06.17 19:15
  • 호수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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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책(自責)

◇ ‘안 되면 되는 거 해라!’
대책 없으면서도 호쾌한 느낌이 물씬 나는 이 문구는 필자가 번아웃이 오거나 혼란스러울 때마다 마음에 새기는 말이다. 또 모종의 이유로 힘들어하는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세상만사 마음처럼 되는 일이 없다. 코로나19가 찾아온 올해 상반기가 꼭 그렇다. 대학 생활을 꿈꾸던 새내기는 학교도 가보지 못하고 한 학기가 마무리되게 생겼다. 졸업을 앞둔 재학생 역시 대학 생활의 마무리를 집 안에서 맞이하게 됐다. 필자 역시 코로나19로 되는 일보다는 예상치 못한 일들만 가득했다.
 

◇ 편집장을 맡게 돼 제대로 신문사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다짐한 것도 잠시, 필자를 반기는 것은 연이은 확진자 보도와 그에 따른 대면 강의 연기 및 취소 안내였다. 학교에 학생이 없는 상황 속에서 대면을 최소화한 채 진행되는 취재와 회의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잦은 발행 일정 변동에 코로나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탓을 돌리더라도 변하는 일이 없으니 결국 자책으로 이어졌다. 왜 나는 조금 더 유연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지 않았을까. 자책은 꼬리를 물며 자신을 궁지로 내몰았다.
 

◇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내가 내 인생을 악마의 편집하고 있다’라는 글을 접했다. 흔히 악마의 편집이라면 서바이벌 예능을 떠올리곤 하는데, 내 인생을 악마의 편집하고 있다니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글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인생을 영상으로 비유하자면, 우리는 인생의 수많은 컷 중에 실수하고 비난받은 장면만 굳이 모아 돌려보는 데 이러한 장면들은 한 구간일 뿐 결말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못나 보이는 컷들이 많다는 이유로 당신의 결말이 빛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 누구에게나 자책의 순간이 찾아온다.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개선을 위해 필요한 단계지만 실수에 매몰되지 않길 바란다. 악마의 편집에 희생되는 대상에게는 동정을 표하나 자신에게는 엄격한 사람들. 누구보다 내가 내 편이 돼야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지 않겠는가.
 

◇ 뜻대로 되지 않는 알 수 없는 인생 알고리즘에도 포기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이 멋있다. 당장은 고통스러울 수 있으나 지금을 견뎌내면 다음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안 면 되는 거 해라!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됐다. <炯>

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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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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