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변화시키는 강물
강을 변화시키는 강물
  • 단대신문
  • 승인 2020.06.17 19:09
  • 호수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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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학번 학생들은 캠퍼스의 삶이 없다. 대학 생활의 방향을 제시하는 O.T, 각 대학, 학과별 M.T, 그리고 선후배 대면식도 경험하지 못했다.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사진과 이름을 맞춰서 교수의 얼굴을 익힐 뿐 전공을 도와주는 행정조교들은 일면식도 없다. 새롭게 주목받는 중이라는 화상회의용 프로그램으로 강의를 하는 과목은 랜선으로나마 교수와 직접 소통을 했을 것이다. 대학은 전례 없는 상황에 새로운 형식들을 제시하지만 아직은 유연하지 않다. 대학, 교수 그리고 학생 모두 당황스럽다.
 

각 대학의 총학생회는 현재의 교육 형식이 인터넷 강의와 다를 바 없음을 주장하며 등록금의 일부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요구도 납득이 되고 연간 예산을 세워놓은 대학이 난감한 것도 이해가 된다. 비대면 평가는 불완전하고 보완이 필요하다. 이론은 어떻게든 가르친다고 하자, 실습을 해야 하는 과목은 어떻게 할 것인가?
 

UPDP(User Participating Design Process, 사용자 참여디자인 과정)는 유럽과 북미에서 교육 시설과 공공시설을 짓는 과정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영국의 경우 법적으로 교육 시설은 의무화됐다. 공공 건축의 경우 국가에서 수여 하는 건축상에 이 과정을 거친 건물만이 신청이 가능하다. UPDP는 건물의 사용 주체가 사업기획 및 설계 그리고 시공단계 등 전 건축공정에 참여하여 건물을 세우는 과정이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교육내용과 형식의 재고를 하게 됐다.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교육 시설에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이 과정의 이면에는 교육과정 역시 피교육자와 교육자가 만들어간다는 전제가 갈려 있다. 이제 우리 대학도 움직일 때다.
 

코로나19가 등장하며 발생한 현 교육계의 상황에서 등록금에 대한 논쟁은 소모적이며 근시안적이다. 지금은 피교육자와 교육자 그리고 행정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대학교육의 개념을 논의할 때다. 대학의 예산 중 하드웨어의 비율은 높다. 하드웨어는 건물과 같은 부동산이나 움직이기만 쉽게 이동이 어려운 시설을 의미한다. 대학은 작은 도시다. 학생을 포함해 행정주체 그리고 교수 등 수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며 연구와 교육을 병행한다. 거주가 중요했던 캠퍼스에서 하드웨어는 필수 요소다. 그러나 캠퍼스의 의미와 기능이 달라진다면 필수 요소는 달라진다. 이 지점에 큰 균열이 생기며 생산적인 논쟁의 소지가 생긴다.
 

학생은 학교의 주인이다. 진부하고 상투적인 말이지만 주인이란 그 시스템의 주체라는 의미다. 등록금의 반환이 아니라 그 등록금의 사용에 대해 논쟁하고 원격 강의의 질과 효과적인 전달시스템의 개선과 준비를 논하자. 어떻게 실습과 실험을 할 것인지를 더 깊숙이 논하자. 코로나19가 그런 촉발을 하지 않았는가. 그저 흘러가는 강물이 되지 말고 토사를 운반해 끊임없이 강을 변화시키는 강물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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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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