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모든 것을 건 기말고사, 결의를 담다
⑤ 모든 것을 건 기말고사, 결의를 담다
  • 음악칼럼니스트 천미르
  • 승인 2020.06.17 19:08
  • 호수 14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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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는 이미 물 건너갔고 조별과제도 망했고, 남은 건 기말고사다. 이게 내 결론이다.”
모두 낯설었을 온라인 중간고사는 나만 망친 게 아닐 테고, 어떤 조별과제도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 남은 기말고사에 이번 학기의 모든 것이 걸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남은 기간은 약 1주. 지난 시험에 대한 후회, 노답 팀원들로부터 받은 분노,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기말고사에 대한 간절함이 함께라면 못해낼 것도 없다. 기말고사에 내 모든 학점을 건다.

Stimulated - Tyga

“중간고사야,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지난번의 치욕을 이번 기말고사에서 갚아주겠다는 동기부여가 확실한 상태. 제목에서부터 그 의지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추천곡 ‘Stimulated'이다. 묵직한 비트와 비장함이 느껴지는 멜로디와 덤덤하지만, 그 속에 화가 숨어있는 듯한 랩핑이 인상적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공부 못하는 학생으로 깎아내리던 누군가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깔보는 이들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여주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고도 생각해볼 수 있다. 8마디의 짧은 멜로디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비트의 변화도 거의 없으며, 기교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플한 구성을 가진 곡이다. 이런 간결함이 단호한 결의를 더 잘 표현한 것이 아닐까.

 

Rise Up - Andra Day

중간고사를 망친 후, 이번 학기는 망해버렸다며 절망에 빠졌던 순간. 남은 기말을 위해 다시 한번 힘내서 공부해보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그동안 소홀히 했던 전공 책을 펼치고, 녹화해 둔 교수님의 강의도 다시 한번 들어본다. 하나씩 이해해 갈수록 조금씩 자신감이 회복되는 느낌이 든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보컬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안드라 데이의 대표곡 ‘Rise Up'이 두 번째 추천곡이다. 스타카토로 연주되는 피아노 선율 위에서 그녀의 독보적인 음색이 아름다운 춤을 추는 듯하다. 백그라운드 보컬과 현악기의 사운드는 때로는 성스러운 느낌까지 들게 한다. 좌절을 경험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듯 우리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곡이다.

 

Glory - John Legend & Common

한 번 다 읽어보기도 벅찰 만큼 많은 전공 책, 감히 풀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 예상 문제.

시험 기간은 다가오지만, 눈앞이 깜깜하기만 하다. 당장 공부를 시작해도 모자란 데, 남아있는 과제는 왜 이리도 많을까. 수많은 고민과 걱정들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누군가를 위한 곡 ‘Glory'가 세 번째 추천곡이다. 제목같이 경건하면서도 비장함이 느껴지는 곡이다. 일반적인 팝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드럼 소리 하나 없이,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가득 채운 사운드는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애절함을 느끼게 해주는 존 레전드의 보컬은 이 곡에서는 그 애절함이 간절한 염원처럼 들리며, 커먼의 랩핑은 단호하면서도 희망찬 다짐처럼 느껴진다.

 

Chainsmoking - Jacob Banks

교수님이 반드시 시험에 나온다고 했던 문제. 풀고 또 풀어도 풀리지 않고, 해설을 봐도 이해되지 않는 너란 놈.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끝까지 해보자. 하나를 물고 끝까지 늘어지는 독종의 느낌이 드는 곡 ‘Chainsmoking'이다. 나에게 어떤 아픔과 시련을 줘도 끝까지 이겨내고 목표로 한 것을 쟁취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 제이콥 뱅크스의 강렬한 보컬은 이러한 느낌을 더욱 증폭시켜준다. 강렬한 사운드와 짧게 반복되는 피아노의 사운드, 둔탁한 드럼 비트, 디스토션을 활용한 기타의 하강 멜로디, 음울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백그라운드 보컬까지. 끝까지 도전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Never Enough - Loren Allred

“너라면 할 수 있어. 끝까지 응원할게.” 이렇게 말하며 묵묵히 뒤를 지켜주는 누군가가 떠오르는 희망찬 마지막 곡 ‘Never Enough'이다. 영화 ‘위대한 쇼맨'의 OST로 활용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으로 힘찬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맑으면서도 우아한 보컬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곡이다. 전체적으로 고음으로 이뤄졌음에도 부담스럽지 않고, 가냘픔 속에 강인함이 숨어있다 극적으로 그 강함이 터져 나오는 듯한 연출을 한다. 지난 시험에서 기대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것에 굴하지 않고, 다시 자신감을 가지고 학업에 정진하는 학생과 어울리는 곡이다. 할 수 있다는 희망이 필요한 이들은 이 곡을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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