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트라우마와 마주하다
내 안의 트라우마와 마주하다
  • 박수아 기자
  • 승인 2020.06.17 19:04
  • 호수 14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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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불현듯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우리를 타임캡슐에 담아 과거로 던져 버린다.’ 소설 『나는 너를 용서할 수 있을까』에 나오는 문장이다. 트라우마는 과거 경험했던 위기, 공포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당시의 감정을 다시 느끼면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증상을 뜻한다.


트라우마라는 단어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트라우마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드라마처럼 극적인 사건이나 사고만이 트라우마를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과 비교당한 경험, 친구에게 놀림을 받았던 경험, 교통사고를 당한 경험도 모두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기자도 고등학생 시절에 발표를 하면서 연거푸 실수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때면 망설여지고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기자는 본지 12면을 취재하면서 또 다른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들은 실제로 진동이 없는데도 땅이 떠오르거나 흔들리는 듯한 착각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작은 충격이나 소리에도 깜짝 놀라며 불안함에 떠는 트라우마와 마주하고 있었다. 그것은 지진으로 인한 트라우마였다. 2017년에 발생한 포항지진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시민들은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 기억을 방치하지 않고 직접 마주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상처는 쉽게 잊히지 않지만 그렇다고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그때의 상처가 지금의 내 삶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막을 수는 있으니 말이다. 부러진 다리가 꾸준한 재활 치료를 통해 더 단단해진 다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다시 강해질 수 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 기자는 이것을 성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나 얼마간의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다행히 치유력 또한 누구에게나 있다. 본인에게 있는 나쁜 기억이 특별하지 않다고 그저 사소한 일이라며 넘기면 우리는 영원히 그 상처를 안고 살 수밖에 없다. 또한 어떤 마음이 나를 괴롭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벗어나려고만 한다면 우리는 그 기억을 뜻하지 않은 순간 가장 아프게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기자는 단대신문의 기자로서 활동하면서 앞서 말한 경험으로 생긴 트라우마와 당당히 마주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물론 여전히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그들 앞에서 의견을 전달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기자는 이것 또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조금 더 용기 내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트라우마는 자신을 약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상처지만 일단 한번 극복한 트라우마는 더 이상 약점이나 흉터가 아니다. 내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를 증명하는 훈장이 돼줄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용감하게 자신의 트라우마와 맞닥뜨릴 준비를 해보자.

박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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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termelo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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