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 중 만난 일상의 재발견
디지털 디톡스 중 만난 일상의 재발견
  • 권소영 기자
  • 승인 2020.06.17 19:03
  • 호수 14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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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탈물질주의
▲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휴대전화 전원 끄기
▲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휴대전화 전원 끄기

 

띠리리링···요란한 알람 소리에 기상한 뒤 눈 뜨자마자 확인하는 각종 SNS와 메신저. 오늘 하루도 휴대전화로 아침을 시작한다. 하루의 끝을 맞이할 때도 다르지 않다. 잠자기 위해 누운 침대에서마저 눈이 감기기 전까지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어느새 우리는 휴대전화 없는 삶을 상상하기 힘들어졌다.

어제는 휴대전화 스크린 사용 시간이 10시간에 다다랐다. 과열된 휴대전화와 방전된 배터리가 지친 목소리로 “그만 나 좀 쉬게 해줘!”라고 말하는 듯하다. 결국 기자는 하루 동안 ‘휴대전화 없이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과거에 종영된 TV 프로그램인 <인간의 조건>의 휴대전화 없이 살기 편을 꽤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어 스스로 도전을 당차게 외쳤다.

▲ 오늘 할 일을 정리한 다이어리
▲ 오늘 할 일을 정리한 다이어리

 

평소였으면 휴대전화 속 메모장 애플리케이션을 켜 일정을 확인했을 아침이었으나 도전이 시작됐으니 오랜만에 다이어리를 꺼내 할 일을 써 내려갔다. 아날로그 감성이 깃든 순조로운 시작이었다. 

일정 정리 후에는 밥을 차렸다. 원래는 유튜브 영상을 틀어둔 휴대전화와 함께였지만, 오늘은 기자의 어머니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니 더 든든한 식사를 한 기분이었다. 

▲ 여유로운 책 읽기
▲ 여유로운 책 읽기

 

밥을 먹고 약속 시각이 남아 방안을 둘러봤다. 이렇게 남는 시간이 생기니 휴대전화 생각이 문득 간절해졌다. 그때 서재에 꽂힌 책『당신은 선물이에요』가 눈에 들어와 읽기 시작했다. 빠르게 훑고 지나가던 휴대전화 속 글과 달리, 책장을 천천히 넘기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더불어 메신저 알림 소리가 사라진 시간은 조잘대는 말소리와 산뜻한 자연의 소리로 가득했다. 덕분에 인터넷 속 세상이 아닌 진짜 세상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약속 시각이 다가와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전날 미리 집 근처 역에서 만나기로 정해진 상황. 별명이 ‘지각쟁이’일 만큼 지각이 잦았던 기자지만, 휴대전화가 없어 연락하기 힘든 것을 고려해 평소보다 일찍 나와 친구를 기다렸다. 약속이 끝난 뒤 음식값을 친구에게 보내려 했으나 휴대전화가 없어 모바일뱅킹이 불가능했다. 새삼 휴대전화가 일상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결국 은행에 들른 후에야 계좌 송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도전 시작 8시간째, 순탄했던 시작과 달리 점점 답답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 오랜만에 꺼낸 라디오
▲ 오랜만에 꺼낸 라디오

 

친구랑 헤어진 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자기 전 휴대전화로 노래를 듣는 습관이 있는 기자는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그때 부엌 한 쪽에 있는 라디오가 생각났고 주파수를 맞춰 조심스레 라디오를 켰다. 디제이가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주는 사연을 들으며 하루를 돌아봤다.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나만의 시간이 늘어 평소 미뤄뒀던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또 수많은 연락과 알림 속에 쫓기지 않아 편안했다. 그렇게 `디지털 디톡스(디지털 기기 사용 중단)'의 하루가 끝났다. 

휴대전화 없이 살아보기에 도전하기 전 기자는 쏟아지는 뉴스와 SNS 게시물을 습관처럼 전부 확인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 도전을 통해 오롯이 나에게 더 집중하며 사람의 온기가 주는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물질이 아닌 나와 주변 사람들로 인해 느끼는 행복이라니. 꽤나 의미있던 도전이었기에, 하루 정도는 휴대전화를 끄고 여유로운 삶과 주변인에게 좀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일상을 재발견할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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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oyou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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