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과 긍정이 만나면
즐거움과 긍정이 만나면
  • 신해인 기자
  • 승인 2020.09.08 17:04
  • 호수 14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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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코치 진선유(33) 씨
출처-뉴시스

Prologue
최근 과거의 예능과 노래 등 타임머신을 타고 간 듯한 뉴트로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포츠 또한 예외가 아니다. 과거 스포츠 영상 역시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고 경기 명장면을 모은 유튜브 채널들도 생겨났다. 그중 14년 전의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조회 수 63만 회를 기록한 한 올림픽 영상이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의 주목을 받는 이 영상의 주인공은 바로 쇼트트랙 진선유 선수이다. 여자 쇼트트랙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3관왕을 차지했던 경기가 진 선수의 첫 올림픽이었다면 믿겠는가. 놀랍게도 이는 사실이다. 쇼트트랙의 전설에서 이젠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진선유(33) 코치를 천안캠퍼스 체육팀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진선유이다. KBS 해설위원을 했으며 현재는 단국대학교 빙상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 쇼트트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건 어머니 덕분이다. 어머니는 운동을 좋아하셨지만 잘하시지는 못했다. 그래서 내가 운동을 하길 바라셨고, 수영으로 처음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학교 여름방학 특강으로 빙상 종목 수업이 있어 어머니께서 피겨를 권하셨다. 하지만 난 쇼트트랙이 더 멋있어 보여 쇼트트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 현재는 우리 대학 빙상 코치와 KBS 해설위원을 하고 있다. 이를 결정한 계기는 무엇인가.
워낙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라 코치와 해설위원이라는 직업을 할 생각조차 안 했다. 그러다 빙상 부분 코치 제안이 왔고 처음엔 거절도 많이 했다. 해설위원도 마찬가지다. 첫 제안은 선수 시절 인터뷰를 진행했던 기자님에게 들어왔다. ‘저 인터뷰 하는 거 아시지 않냐, 어떻게 저한테 해설을 이야기할 수 있냐’라고 우스갯소리로 거절을 했다. 하지만 이후 주변에서 잘할 거라는 응원과 용기를 주셔서 고민 끝에 코치와 해설위원을 시작하게 됐다. ‘빙상 종목은 내가 가장 잘했던 것이기 때문에 ‘나와의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하고 임했다.


▶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코치로서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선수 시절에 내가 본 코치님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 시절엔 코치님의 말이 곧 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조건 말을 듣자’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젠 시대가 많이 변했고 이제 내가 코치로서 대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니 단순히 시키는 대로 따르는 훈련 방식이 아닌, 선수들과의 소통을 통한 가르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평소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눈다.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동기부여를 주고 유대감을 쌓기도 한다. 코치를 하면서 소통이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선수들에게 ‘진선유 코치님은 00같은 코치님’이라는 문장이 있다면, 00에 무엇을 채우고 싶나.
‘멘토’이다. 선수들은 내가 선수 경력이 좋다 보니 본인들을 이해 못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나도 여느 선수들처럼 똑같이 걸어왔기에 선수들을 이해해주고 도와주는 멘토 같은 코치님이 되고 싶다.


▶ 코치로서 선수들에게 가르칠 때 가장 강조하는 점은 무엇인가.
모든 선수들은 국가대표 혹은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목표가 있을 것이다. 내가 선수로서 모든 것들을 다 경험해보고 나니, 가장 중요한 건 인성인 것 같다. 어떤 일을 하든지 바른 사람이 돼야만 누군가를 도와주고 이끄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훈련을 할 때 인성을 가장 강조하곤 한다.


▶ 누군가 ‘진선유’라는 사람을 떠올린다면 어떤 모습으로 남고 싶나.
최정상을 찍었던 전설의 선수가 아닐까 싶다. 더 이상 이 수식어에 대해 뺄 수도 더할 수도 없는 ‘전설의 선수’로 남고 싶다.

▶ 선수 시절 한국체육대학교 파벌이 장악해 진선유 선수가 많은 피해를 받았다. 이에 파벌싸움의 피해자라는 수식어가 있는데, 이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당시엔 여자팀이 아닌 남자팀 훈련소에서 운동을 해야 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남자 선수들과 훈련한 게 실력 향상 면에서 큰 도움을 받았기에 어쩌면 수혜자이지 않았나 싶다.


▶ 여성 지도자로서 선수들에게 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
섬세한 것이 가장 큰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도 선수의 마음을 헤아려 강하지만 부드러운 의사소통을 한다. 정신적으로 잘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과 더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여자 선수들을 가르칠 경우엔 남성 지도자들이 다가가기 힘든 부분들도 많기에 여성 지도자가 필요하다.


▶ 전지훈련소, 합숙소 등에서 폭행과 같은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대한민국의 스포츠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폭력, 폭행이라는 구시대적인 훈련 방식은 이젠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훈련 방식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성적 지상주의’라고 생각한다. 또 이런 부정적인 사건으로 인해 훌륭한 지도자분들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성적 지상주의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현재 선수들과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성적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선수 생활을 끝내고 돌아보니 성적이 다가 아니더라. 결과만이 중요한 세상은 아니며 언젠가 그 보답은 오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늦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회가 오고 그 끝이 보일 것이다.


▶ 선수 시절 성공으로 가기 위한 가장 큰 자신만의 방법은 무엇이었나.
긍정이다. 시합에 지더라도 ‘연습이 부족했나보다’, ‘아직 운명이 아니구나’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이로 인해 선수 생활 끝까지 성적이 좋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나의 선수 생활에 큰 원동력이었다.


▶ [공/통/질/문]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은.
행복이다. 내가 행복하고 행복의 기운이 있어야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기운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마음이 생기는 것은 내가 행복하고 내 생활에 만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내 행복감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pilogue
그는 한 번의 올림픽으로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세 번이나 올랐다. 하지만 화려한 수상 이력과 다르게 그가 탄탄대로만을 달린 것은 아니다. 힘든 선수 생활 속 남자 훈련소에 가서 훈련을 받던 진 선수. 부상으로 짧은 선수 생활을 했던 그의 삶엔 굴곡이 많았다. 하지만 기자가 본 그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모습의 사람이었다. 나쁜 일이 생겨도 누군가를 탓하지 않고 그 또한 기회라 생각하며 살아왔기에, 힘들었던 선수 생활의 끝은 화려하지 않았을까. 우리 역시 주어진 삶을 탓하며 살기보다는 현재를 즐기며 행복을 찾자. 이런 삶이 계속된다면 그 끝은 더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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