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꽃의 발견
상추꽃의 발견
  • 장두식 (자유교양대학) 교수
  • 승인 2020.09.09 00:48
  • 호수 14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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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식 (자유교양대학) 교수
장두식(자유교양대학) 교수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성어가 있다. 불행한 일이 닥치더라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면 다시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 전국시대 책략가 소진이 한 말이다. 이와 비슷한 성어로는 새옹지마(塞翁之馬)가 자주 활용된다. 옛 중국의 변방에 살던 노인에서 유래한 것으로 세상일은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변수들이 많아서 불행이 변해 행복이 될 수 있고 행복이 다시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 두 개의 성어를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꼼꼼하게 살펴보면 두 성어가 서로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화위복은 불행한 주체가 노력해 불행을 행복으로 만든다는 매우 능동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새옹지마는 세상 변화에 따라 불행할 수도 있고 행복할 수도 있다는 말이니 불행한 주체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고 기다리다 보면 세상이 변화해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수동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생활을 한 지 몇 개월이 지났다. 지난 학기 대부분 강의가 원격강의로 진행됐고 이번 학기도 원격강의로 시작하고 있다.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 두기, 집합 금지, 음식점 영업시간 제한, 카페의 실내 영업 금지 등 개인 생활이 국가에 강제되고 있는 데도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들에게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는 정말 치명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름방학 동안 외출을 자주 못 하니 집안에서 생활할 일이 많았었다. 처음에는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했지만 점점 무료해졌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여행도 가고 친구들을 만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집안의 일에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 집에 꽃나무가 많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문득 큰 화분에 처음 보는 청초한 노란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꽃이 상추꽃이라는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상추도 꽃이 있다니. 꽃이 피어야 열매를 맺고 열매를 가져야 식물이 번식한다는 자연과학적 진리보다 화초와 채소를 차별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이다.


일종의 전화위복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유폐되지 않았다면 아침 빛에 환하게 웃는 노란 상추꽃을 완상하는 즐거운 일을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타자화가 동물이나 식물에게도 작동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화초와 채소라는 차별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상추꽃 꽃말이 ‘나를 해치지 마세요’라고 한다. 한편의 서사시 같은 꽃말이다.


요즘 모든 사람들은 이 난국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백신과 치료 약이 나오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상황을 적극 활용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것이 슬기로운 일이다. 상추꽃을 발견하고 다른 야채 꽃들의 계보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일은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름방학 동안에 내 미적 대상이 야채 꽃들까지 포함돼 더 넓어진 것이다. 바이러스가 사라지기를 새옹지마처럼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비경제적이다. 지금 이 상황 속에서 눈을 크게 뜬다면 뭔가 새로운 것이 보이고 좋은 생각들이 많이 떠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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