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적 상황에 빠지다
딜레마적 상황에 빠지다
  • 정찬우
  • 승인 2020.09.08 22:30
  • 호수 14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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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자석

 

그리스어의 Di(두 번)와 Lemma(명제)가 합쳐진 합성어 ‘딜레마(Dilemma)’. 일반적으로 두 개의 판단 사이에 끼어 어느 쪽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대개 하나의 상황을 자신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판단하면 그것이 옳은지, 틀린 지 두 가지 결정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때로는 아무리 객관적인 기준을 두고 판단하더라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딜레마적 상황이 존재한다.


기자는 지난달 본지 12면 취재를 위해 다녀온 동물원, 동물 시장에서 딜레마적 상황을 경험했다. 동물원은 막연히 사람의 입장에서 동물을 관람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다. 그러나 동물의 입장에서 그것은 자신의 공간에 말도 없이 침범한 침입자를 만나는 행위일 뿐이다.


시대가 변하며 사람들은 동물의 입장에서 동물원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동물단체는 동물원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비쳤고 다수의 여론 또한 이와 같았다.


이제 동물원은 꽤 많은 사람의 눈에 동물의 권리를 침해하고 억압하는 불필요한 장소가 된 것이다.


그러나 동물과 가장 근접하게 생활하며, 동물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가진 동물원 사육사의 생각은 달랐다. 당장 동물원에서 생활하는 동물의 거취를 생각한다면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동물들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이며, 자연으로 돌아간다 해도 생태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동물원에서보다 더 잘 살아갈 수 있는지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이 또한 타당하다.


마찬가지로 동물 시장도 폐쇄돼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동물시장은 동물원보다 더 좋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으며 시장에서 동물 판매를 취급하는 상인들 역시 거센 비난의 존재를 알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어떠한 대책도 없이 동물 시장을 폐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 시장은 몇십 년간 생을 지켜준 일자리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기자 역시 평소의 시선이라면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사육사와 이야기를 통해 얻은 경험으로 단순히 내 시선이 아닌 그들의 시선에서 동물시장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하나의 사건을 둔 이해 당사자의 시선은 엇갈렸다. 양쪽 모두 합리적이나, 객관적인 상황판단을 하기에는 어려운 딜레마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최종 판단을 위해서는 모두의 의견을 듣고 각자의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 판단이 필요했다.

 

만약 기자 생활 중 객관적인 상황판단이 어려운 기사를 작성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 기사를 읽었을 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 내용이 아니라면 기사 작성을 중단하고 다시 취재에 임해야 할 것이다. 딜레마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금 주관적일지라도 합리적인 나만의 판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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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ksd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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