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법, 보호와 면죄부 경계에 서다
소년법, 보호와 면죄부 경계에 서다
  • 신해인 기자
  • 승인 2020.09.29 13:15
  • 호수 14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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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소년법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연합뉴스


● [View 1] 피해자 측 변호사 A 씨
고등학생 소년이 SNS를 통해 초등학생 소녀의 이름과 주소, 학교 등 개인정보를 알아내 성폭행하고 금품 갈취 및 협박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가 성인이었을 경우,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을 만큼 죄질이 나쁘다. 하지만 형사재판부는 가해 학생을 소년재판으로 송치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가해 학생이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소년부 소년재판의 불합리함은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소년재판의 심리(법원이 재판 전 증거나 방법을 심사하는 행위)는 비공개 진행이 원칙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어떤 처벌을 받는지 피해자는 알 수 없다. 때문에 소년법이 피해자를 배제한 채 가해자만 지나치게 보호하는 법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요즘 아이들은 빠르게 성숙해지고 있으며 각종 자극적인 미디어 콘텐츠에 노출되고 있다. 형법은 ‘책임의 원칙’이라는 대원칙을 갖고 있다. 이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책임을 감면해 주는 것은 선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갈수록 흉악하게 변하는 소년 범죄에 강력한 처벌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야 할 때다. 

 

● [View 2] 소년원 담임 B 씨
내가 근무하는 소년원에 6개월 의료처우를 받은 촉법소년이 입원했다. 그는 길거리에서 체크카드를 습득한 후 해당 카드로 주변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죄를 저질렀다. 검찰 조사를 받은 후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된 그는 판사로부터 보호자 위탁과 장기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 소년의 보호자는 할머니뿐이었으며, 그조차 일용직 노동을 하며 소년을 양육해야 했기에 제대로 된 관심을 받기 힘들었다.

결국 보호관찰 기간 중 가출을 반복한 소년은 다시 법정에 섰고, 소년원 입소 처분을 받았다. 내가 있는 소년원에는 이뿐만 아니라 보육원에서 생활한 요보호아동이나 가정폭력 등의 학대 피해자가 많다.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이지만 일관된 법의 잣대로 처벌했고 교화의 기회를 주지 않아 문제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소년범죄 건수는 2017년을 제외하고 2013년 이후 전반적으로 감소세이다. 하지만 언론과 각종 SNS에선 흉악한 소년범죄만을 자극적으로 보도해 소년범죄의 심각성을 과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편파적 보도는 가해자에게 벌을 가하면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응보적 정의로 소년법의 본질을 흐렸다. 그 결과 소년원생을 교화해 건전한 성장을 돕는다는 소년법의 근본 목적은 관심받지 못한다. 우리는 처벌의 강화를 외치기 전에 소년법의 근본적 목적을 생각해봐야 한다. 환경교정과 성행교정을 통해 반사회성 소년의 잘못을 가르칠 기회가 필요하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소년법이란 반 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해 보호처분과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교육을 통해 소년이 다시 범행을 저지르지 않도록 교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판단이 미숙한 청소년을 다양한 장치로 보호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 4월 청와대 국민 청원에서 1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소년법 폐지에 동의하며 처벌 체계의 변화를 원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소년들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육체적·정신적으로 발달하면서 청소년 범죄가 급증한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소년범죄 자체는 감소세를 띄지만, 소년들의 강력 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만 10~14세인 촉법소년은 죄를 짓더라도 형사책임 능력이 없으므로 형을 받지 않는다. 이를 알고 겁 없이 행동하는 소년 역시 존재한다. 따라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없어진 청소년들에게 성인과 동등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심리적 대책이 필요하다. 적어도 느슨한 그물망 속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 법이 단순히 벌을 주는 것이 아닌, 피해자의 피해 감정 회복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형량을 올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였다면 범죄는 진작 사라졌을 것이다. 형벌 강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범죄 예방이다. 이는 법률의 본질과 목적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와 국가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소년들의 배경을 따져봐야 하고, 어려운 환경 속의 소년들에겐 사회 정착을 위한 지원책을 장기적으로 지원해 살아갈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소년은 관대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차등적인 시스템의 정립 역시 필요하다. 소년의 문제는 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교육의 문제이며 사회 시스템의 문제다. 그것을 바꿀 책임은 어른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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