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 찌개에 빠진 날… 편견만 버리면 ‘인생찌개’ 등극
전이 찌개에 빠진 날… 편견만 버리면 ‘인생찌개’ 등극
  • 김수빈 기자
  • 승인 2020.09.29 11:09
  • 호수 14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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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고추장 전 찌개
일러스트 심예지 기자
일러스트 심예지 기자

 

조리 순서
1. 멸치와 무로 육수를 낸다.
2. 육수에 고추장과 김칫국물로 만든 양념장을 넣는다.
3. 보글보글 소리가 날 때쯤, 준비해둔 전을 넣고 3분간 끓여낸다.
4. 3분 후, 고추와 파 등 각종 채소를 넣고 마지막으로 끓인다.
5. 불을 끄고, 고춧가루를 뿌려주면 마무리!
TIP. 다 먹고 난 후, 당면 또는 라면을 넣어 다양하게 즐겨보자!

곧 한국의 대표 명절 추석이 다가온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동그랑땡부터 고소한 명태전, 알록달록한 꼬치전까지. 추석이 되기 전부터 갓 구워진 노릇노릇한 전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대가 된다. 하지만 막상 추석이 끝나면 다 먹지 못하고 남은 전들이 냉장고를 채워버리기 일쑤였다. 기름으로 부쳐낸 탓에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 전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렇다면 ‘얼큰한 찌개와 궁합은 어떨까?’ 이에 추석 전을 활용한 새로운 요리 개발을 위해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우선 맛있는 국물을 위해 다시팩으로 육수를 냈다. 냉동실에서 다시팩을 꺼내려는 찰나, 아뿔싸! 얼마 전 다 써버린 다시팩을 사다 놓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하는 수 없이 냉동실에 굴러다니는 멸치 몇 마리와 냉장실의 무를 꺼내 물과 함께 한소끔 끓여냈다. 한 10분 정도 지나니 뚝배기에서 맛있는 육수의 냄새와 함께 노랗게 우려진 육수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전 찌개를 끓일 준비가 된 것이다.

육수의 불을 잠시 끄고 양념장을 만들었다. 양념장은 고추장과 김칫국물만 있어도 쉽게 만들 수 있다. 계랑 역시 집에 있는 숟가락과 국자로 가능하다. 물 1L 기준으로 고추장 두 숟가락, 김칫국물 한 국자를 넣고 잘 섞었다. 여기에 추가로 멸치액젓 소량과 다진 마늘 반 숟가락을 넣는다면 훨씬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물론 여유가 된다면, 간장이나 후추 등을 첨가해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것도 좋다. 준비된 육수에 양념장을 한 숟가락 넣고 잘 섞으니 맛있는 전 찌개의 완성이 가까워졌다.

어설픈 솜씨로 고추, 양파 등 여러 채소를 손질하던 중 또다시 귓가에 보글보글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이 요리의 가장 핵심인 전을 넣을 때가 온 것이다. 기자는 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동그랑땡을 선택했지만, 전의 종류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끓는 육수에 동그랑땡과 준비한 여러 재료를 넣었다. 매콤한 맛을 위한 청양고추와 오독오독한 식감을 살려줄 팽이버섯도 송송 썰어 줬다. 이렇게 준비한 재료를 모두 넣고는 또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왔다.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가장 센 불로 바꾸고 기다리다 보니, 어느덧 먹음직스러운 찌개가 완성됐다.

▲ 고명을 올려 완성된 전 찌개
▲ 고명을 올려 완성된 전 찌개

 

완성된 찌개에 보기 좋게 고춧가루를 살짝 뿌린 후 차오르는 기대감을 안고 뜨거운 김이 펄펄 오르는 찌개를 한 숟가락 떠먹었다, 이럴 수가! 얼큰한 찌개의 맛이 기름진 전의 맛에 묻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뒤바뀐 순간이었다. 김치찌개와 참치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듯, 고추장과 전의 궁합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다. 알싸한 청양고추의 매운맛과 국물의 칼칼함이 잘 스며든 전을 한 입 베어 물자 맛의 풍부함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그뿐이랴. 추가로 넣은 두부와 팽이버섯은 국물을 잘 머금어 전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이 싹 사라졌다. 김치 특유의 아삭함과 시큼함 그리고 두부의 밀도 높은 고소함까지 전 찌개는 기존의 찌개 못지않은 최고의 맛을 자랑했다. 기자의 많지 않은 요리 리스트에 전 찌개가 추가된 순간이었다.

한 줄 평
생각지도 못한 이 조합. 밥 두 그릇을 뚝딱할 만큼 밥도둑이었다. 특히 전에서 우려진 고추장 국물은 해장에도 제격이겠다. 앞으로 해장에는 고추장 전 찌개다!

 

 
김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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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cya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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