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만 보고 부분을 판단할 수 없다
전체만 보고 부분을 판단할 수 없다
  • 추헌지 기자
  • 승인 2020.09.29 13:23
  • 호수 147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는 말은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것은 자칫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란 일부 특수 사례와 불확실한 자료만을 갖고 바로 어떤 결론을 도출하고 판단하는 데서 발생하는 논리적 오류를 말한다. 이는 사회에서도 적용된다. 사람은 생을 살아가며 똑같이 행동하는 기계가 아니다. 인생 또한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본인의 경험과 생각으로 누군가를 쉽게 분류하고 판단한다.

기자는 본지 12면 미혼 부·모를 취재하며 사회 속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직면했다. 이들은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용기 있게 세상에 나왔으나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곱지 않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경험한 채 고통받으며 살아야 했다. 가족의 다양성이 커진 사회에서 부모란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하는 두 사람이 있어야만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미혼 부·모는 단지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엄마’이자 ‘아빠’다. 

사회적 시선뿐 아니라 법률 또한 부실하다. 우리 사회에선 미혼모의 비율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미혼부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미혼부를 위한 완전한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다. 미혼부의 어려움을 고려해 아이의 출생신고 법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사람마다 처한 상황과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에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자식의 권리를 보호해주지 못한 미혼부가 늘고 있다. 현재 사회와 법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가족 또는 사람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편견과 차별이라는 큰 틀에 가두고 있다. 

이에 기자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막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고민했다. 그리고 ‘기자’가 그 주인공은 아닐까 생각했다. 정보화 시대 속 늘어난 많은 양의 똑같은 정보는 일반화의 오류를 더욱 앞세우는 격이다. 그러나 ‘기자’는 항상 같은 내용의 일반적인 기사가 아닌, 세상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누군가를 담은 기사를 작성해 사회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나가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자가 취재한 미혼 부·모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상황을 다룬 포괄적인 법률은 존재했다. 그러나 법률 속에 생길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고려되지 않았다. 개인이 숲을 보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숲 안에 있는 나무를 살필 줄 아는 것이 우선이다. 즉, 우리는 일반화된 오류로 인한 편견과 차별에 빠지진 않았는지 점검하고 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하진 않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추헌지 기자
추헌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cn0914@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채리니 2020-09-30 01:43:00
좋은기사네요 ^^ ~